아파트·상가 무분별 전단지 눈살
헬스장 항의·경찰 등에 도움 요청
명확한 허용기준 없어 처리 난감
업체-주민 자율적 협의 해결 필요
“아이들이 볼까봐 걱정입니다.” vs “뭐가 잘못됐나요?”
지난 7일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 단지. 단지 내 곳곳에 붙어 있는 헬스장 광고 전단지를 두고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A4 용지 사이즈의 해당 전단지에는 한 여성의 적나라한 뒷모습이 담긴 보디프로필 사진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현관문 앞에도 전단지가 붙어 있어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주민들은 수개월 전부터 해당 전단지를 부착한 헬스장에 항의하고 불법 광고물 부착과 청소년 유해물 유포 등으로 국민신문고와 경찰 등에 도움을 청하고도 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박모(42)씨는 “나체에 가까운 외설적인 사진이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아파트 곳곳에 노출돼 있다”며 “헬스장에 몇 번을 항의해도 바뀌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보디프로필 등 신체 노출 사진을 이용한 광고물을 두고 수원뿐 아니라 화성 동탄과 용인 수지 등 도심 곳곳에서 헬스장·요가·필라테스 등의 업체와 지역주민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우려와 달리 관련 업계에선 문화적 차이일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원 영통구에서 주민들의 항의를 받은 헬스장 측은 오히려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헬스장 관계자는 “TV만 켜도 연예인들의 보디프로필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일부 주민들이 불편함을 느껴 주의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에게 보디프로필 사진은 문화적으로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수지구의 한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는 양모(27)씨 또한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보여주는 게 왜 잘못됐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경찰은 난감한 입장이다. 노출이 심한 신체 사진을 이용한 광고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한 경찰관은 “성기나 유방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광고의 경우 청소년 유해물로 보고 단속을 하지만, 음란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나체사진의 경우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시대에 따라 ‘음란물’을 규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경찰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도 “과도한 노출 광고로 사회의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업체와 주민들 간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