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앞두고 ‘임시공휴일’ 지정 설왕설래

“해외여행 늘고 국내소비 줄어” 부작용 우려

일부 여론, 내수 진작 31일 지정이 효과 커

사진은 인적이 뜸한 인천 남동구 구월전통시장.
사진은 인적이 뜸한 인천 남동구 구월전통시장.

정부가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키로 한 가운데 설 연휴 다음날인 3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이 낮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임시공휴일 지정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8일 당정협의회를 갖고 설 연휴(29~30일)를 앞두고 관광 활성화와 소비 분위기 조성을 위해 1월2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임시공휴일은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다음날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본 취지에 더욱 부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발표한 27일보다는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놓자 기혼 여성을 중심으로 수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정 구청장은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이 오히려 명절 가사노동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31일에 몰려 있을 각종 결제와 마감을 해야 할 사무직 노동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8일 설 연휴 전날인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했다. 2025.1.8 /연합뉴스
정부와 국민의힘은 8일 설 연휴 전날인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했다. 2025.1.8 /연합뉴스

실제 개인·법인사업자 927만명의 2024년 하반기 부가가치세 신고·납부기한이 종전 27일에서 이달 31일까지로 나흘 연장됐지만 27일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연휴 시작 전인 24일까지 신고·납부를 하지 못한 개인·법인사업자가 신고·납부할 수 있는 날은 31일 단 하루뿐이라 신고·납부 업무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27일과 31일 모두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의견과 함께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면 해외여행이 늘고 국내소비는 줄어들 것이라며 지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자영업자의 간절한 호소’라는 제목으로 “1월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긴 연휴로 해외여행이 늘고 국내소비는 줄어듭니다. 자영업자들 더 힘들어져요. 27일 임시공휴일 지정 좀 막아주세요”라며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연합뉴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연합뉴스

국무회의를 거쳐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더라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당수 기업들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은 날을 자체 휴무일로 지정하거나 단체연차 사용 등을 통해 25일부터 2월2일까지 9일간의 연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일수 감소에 따른 생산 감소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연중 휴무 없이 공장을 돌려야 하는 사업장이나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시급한 일부 기업은 정부의 휴일 지정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업종 특성과 생산계획, 인력부족, 납품기일 준수 등으로 공장 문은 닫을 수 없는 곳은 장기간의 연휴로 인해 대체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