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폭설 휴업 이어 설연휴 지정
수업일수 채워야 하는 학교 현장 혼란
돌봄·학원·방과후활동에도 차질 예상

정부가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경기지역 학교 현장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앞서 정부의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지정과 폭설로 인한 휴업의 여파로 일부 학교가 수업일수 확보를 위해 두 차례나 방학을 미뤘는데, 이번 공휴일 지정으로 또다시 학사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당정협의회를 열고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설 연휴(28~30일)를 앞두고 소비 분위기를 만들고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선 학교들은 갑작스러운 임시공휴일 통보에 올해 들어 세 차례나 방학이 밀리는 상황에 놓였다. 본래 1월 초·중순이면 학년을 마무리하지만, 앞서 정부가 국군의날(10월1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지난 11월 기록적인 폭설로 일부 학교가 휴업하면서 부족한 수업일수(190일)를 채우기 위해 두 차례나 방학 날짜가 미뤄졌다. 1월27일 이후로 졸업식을 계획했다가 졸업식을 다음 달로 미루는 학교도 생겨났다.
2월4일로 졸업식을 연기한 수원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는 “우리는 총 20학급이 되지 않는 소규모 학교라 거의 모든 선생님이 동원돼 졸업식을 함께 치러야 한다”며 “이미 선생님 3명이 예정됐던 국외연수 때문에 졸업식을 못오게 됐는데, 다른 선생님 2명의 국외연수 일정이 또 겹치는 바람에 비행기 시간을 조정해야 했다”고 전했다.
연이은 학사일정 조정으로 학부모들이 학원가의 ‘방학특강’ 개강 시점을 맞추기 어려워지면서 자녀 돌봄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등학교 2·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강모(43)씨는 “겨울방학 기간 동안 농구교실을 보내려 했는데, 방학도 한 달 남짓으로 짧아졌고 다른 학교 방학 시작에 맞춰 이미 개강해 결국 포기했다”며 “학교 방과후활동을 보내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미 방학을 맞이하고 ‘방학 중 방과후과정’을 운영하던 일부 유치원도 이번 휴업으로 방과후과정 ‘운영일수(230일)’를 채우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도내 한 유치원은 보강 수업 날짜를 정하기 위한 ‘긴급운영위원회’ 소집 공고를 올렸지만, 이미 방학이 시작돼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이소영 경기교사노조 부위원장은 “방과후과정을 하루 쉬는 건 예산, 운영인력(강사) 출퇴근 조정, 급식·간식비 등 모든 행정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며 “임시공휴일 지정을 단순히 학교 현장에 통보할 게 아니라, 기존에 짜인 학사일정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를 발 빠르게 안내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