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비상조치권·국회해산권을 폐지하며 국회 국정감사권을 부활하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한 1987년 9차 개헌이 통과된 뒤 대한민국 헌법은 38년 간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거치며 ‘개헌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인일보는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시종 대한민국헌정회 개헌특위 간사(전 충북도지사), 박광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 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4인에게 개헌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들은 의원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국회 양원제, 지방분권 등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개헌 시기와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전문가 4인이 생각하는 개헌에 대해 들어본다.
광역·기초지자체 통칭 ‘지방정부’
지역 발전·주민복리 증진 기관도
국회 상원 지역대표·하원 선출로
개헌 필요성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현시대 정신에 맞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나눠야 국가가 전체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6공화국 헌법은 지방자치 정신을 반영하지 못했다.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른 것이 1995년이다. 지방자치제도 본격 시행 이전 헌법이 만들어졌다. 개헌 이후 사십 년 가까이 지났는데, 지방자치 정신을 반영한 헌법이 필요하다. 대통령 권한과 책임을 나누는 것이 옳다. 누구와 나눌 것인가. 지방정부가 핵심 당사자라고 생각한다.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 정신을 포함해야 한다. 사회적·국가적 가장 큰 현안이 균형 발전이다. 국가 불균형 발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이 책임을 지는 내용을 헌법 전문에 반영해야 한다. 또 헌법에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가 아니라 이제 ‘지방정부’라는 공식 명칭이 필요하다. 현재 지방정부라고 하면 시·도(광역), 시·군·구(기초) 지자체를 통합해 말한다. 이것을 광역정부와 기초정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 종류를 광역정부와 기초정부로 하고 자치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성을 가진 개헌이 필요하다.
자치권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입법권이다. 지자체가 만드는 조례가 효력이 많이 제한돼 있다. 법령 범위 안에서 조례를 만들 수 있도록 헌법에 명문화돼 있어 상위법이나 대통령령이 없으면 조례를 만들 수 없다. 지방정부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는 체계다. 법률과 다른 내용도 규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어야 진정한 자치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발전과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기관’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에 자치 조직권이 있어야 하고 그 구성과 운영을 자치 법률로 규정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 지방분권 강화와 관련된 조항이다.
또 자주 재정권이 있어야 한다. 국세와 지방세 세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문화됐다. 조세법률주의다. 지방세는 특정 지역에서 필요한 조세를 만들 경우 조례로 주민 동의를 얻으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조례로 세목을 만들고 세율을 정해서 주민들에게 부과하는 것까지 열어줘야 한다. ‘조세법정주의’와 ‘조세조례주의’를 병행·인정해 줘야 한다.
국회 입법에 지방정부 의견이 반영될 시스템이 필요하다. 상·하원 양원제다. 국회를 상·하원으로 운영하되 상원은 지역 대표로 구성하고, 하원은 지금과 같이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안이 가능하겠다. 상원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 제정을 조율하게 하면 된다. 특히 지방정부 재원을 조정할 권한을 상원에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리/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