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의 얼굴을 두른 붕대는 핏자국으로 검붉게 물들었다. 피딱지 앉은 아랫입술은 퉁퉁 부었다. 또 한 병사의 두 손은 붕대로 감겨있다. 12일 국내에 보도된 북한병사 2명의 몰골은 처참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인스타그램에 직접 공개한 사진과 동영상이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된 이후 3개월여 만에 최초로 생포된 북한군 포로들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당국의 전황 보도에서 북한군의 참상은 심각했다. 산악전에 유능한 북한군이 평원전투에서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소모된다니 끔찍했다. 러시아군 장갑차가 개활지에 북한군을 내려놓고 내빼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돌았다. 북한의 참전을 부인하려 북한군의 신분을 세탁하고, 포로가 되기 전에 자폭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장에서 숨진 북한군의 품에서 ‘로씨아 땅에서’ 생일을 맞은 전우에게 쓴 축하 편지도 공개됐다. 북한군에 대한 러시아와 북한의 인권유린은 국제적 공분을 샀지만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26세, 20세 북한군 포로 2명의 진술은 포연에 감춰진 파병 북한군의 실상을 밝힐 열쇠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과 우리 국정원이 받아낸 일부 진술과 증거만으로도 그들은 북-러 양쪽에서 ‘버려진 병사’들이다. 한 포로가 소지한 러시아연방 투바공화국 신분증이 증거다. 몽골 바로 위에 있는 이름도 낯선 공화국 신분으로 훈련하는 줄 알고 전쟁터에 끌려왔단다. 5일간 물도 마시지 못하다 잡힌 포로들은 북한군의 병력 손실이 상당하다고 증언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을 훈련을 빙자해 전쟁터에 유기하고, 가짜 신분증으로 위장했다면 유례없는 전쟁 범죄다. 러시아와 북한이 두 포로의 국적을 부인하면 이들은 돌아갈 조국이 없는 불법 전투원, 국제 미아가 된다. 6·25 전쟁은 ‘천만 이산가족’을 남겼다. 1만명 넘는 북한군의 혈연을 몇 대만 더듬으면 모두 우리 국민의 친인척일 테고, 3만4천명 탈북국민들의 가족일 수도 있다.
우리 피붙이들이 이역만리 전쟁터에서 버려진 병사들로 죽음을 맞고 포로로 잡히는 비극을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전장의 북한군은 어쩔 수 없더라도 포로로 잡힐 북한군의 인도적 처리를 위해 비상대응 기구를 우크라이나 현지에 즉각 파견해야 한다. 우리 내부의 이념적 이산으로 늦출 일이 아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