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구원에 ‘기관 명칭 재정비’ 의뢰
제물포역·동인천역 등 50여개 대상
지리·문화적 특성 담아 바꾸기로
인천시가 내년 7월 행정체제 개편에 맞춰 방위식 지명이 들어간 공공기관 등의 명칭 변경도 추진한다. ‘동서남북’이 명칭에 포함된 공공기관 중 어느 곳이 변경 대상이 될지 주목된다.
인천시는 최근 ‘방위개념 행정기관 명칭 재정비 연구’를 인천연구원에 의뢰했다고 12일 밝혔다. 행정체제 개편에 맞춰 방위식 지명이 붙은 공공기관의 명칭 변경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인천에 남은 방위식 지명은 내년 7월 모두 사라진다.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중구 내륙과 동구는 ‘제물포구’로 합쳐지고, 중구 영종지역은 ‘영종구’로 재편된다. 또한 새 자치구 ‘검단구’와 분리되는 서구는 새 지명을 찾기 위해 공모를 진행 중이다. 서해구, 아라구, 이음구 등 눈길을 끄는 아이디어가 접수되고 있다.
방위식 지명은 각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을 포함한 전국 7개 특별·광역시에만 해도 중구와 동구는 6개, 서구는 5개나 된다. 방위식 지명은 통치 편의를 위해 실제 방위와는 상관없이 정한 일제의 잔재라는 지적도 있다.
인천시가 방위식 지명 개편에 나선 것은 각 지역의 지리적·사회문화적 특성을 나타내고, 주민들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방위식 지명이 그대로 반영된 각 지역 공공기관 명칭도 변경 대상이다.
인천시는 방위식 지명이 붙은 공공기관 등을 50여 개로 파악하고 있다. 과거 제물포라고 불리던 중구 중앙동·항동 일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미추홀구 내 경인전철 1호선 ‘제물포역’이나, 인천 서쪽에 있는 ‘동인천역’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전철역 명칭을 변경하기 위해 해당 기관과도 협의할 예정이다.
서구문화재단, 중구시설관리공단, 동구보건소 등 행정체제가 개편되는 기초자치단체 산하 기관의 명칭은 자연스레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공공기관 명칭에 단순히 동서남북이 쓰였다고 해서 변경 대상이 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서구에 있는 서부여성회관이 대표적인데, 여기에 붙은 방위가 권역 관리를 위해 쓰인 것인지, 행정구역 지명을 따라 쓴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사용한 공공기관 명칭이 갑자기 바뀌면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어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역사·문화를 연구하는 김현석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대표는 “실제 방위와 맞지 않는 일본식 지명이 들어간 공공기관 명칭 변경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사업 구역을 관리하기 위해 정한 공공기관 명칭까지 한 번에 바꾼다면 시민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인천시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용역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시민과 각 기관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명칭 변경 대상 기관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