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혼부 이야기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면접교섭’ 개봉
이혼 후 볼기회 한달 중 두번
잦은 연락두절에 속타는 김씨
만날 권리 방해·거부 종용 등
비양육자 그늘 ‘국내 첫 조명’
인천에 사는 미혼부 김재훈(44)씨가 딸아이와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한 달에 두 번뿐이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약속 장소인 경북 포항에 도착했지만, 아이를 데리고 나올 친모는 휴대전화도 꺼놓고 연락이 두절됐다. 초조함에 김씨의 입은 자꾸 말라간다. 급기야 112에 전화를 걸어 아이의 신변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한다. 김씨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면접교섭’의 한 장면이다. 지난해 12월25일 개봉한 이 영화에는 이혼(사실혼 후 이별 포함) 후 아이와 만나지 못하는 아버지들 이야기가 담겼다. 인천에선 극장 ‘영화공간 주안’에서 상영 중이다.
면접교섭은 이혼 등으로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부모가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도록 보장하는 법적 권리다. 가정법원에서는 이혼할 때 정기적인 면접교섭과 양육비를 정하도록 한다.
이 영화는 ‘부모 따돌림’ 문제를 국내에서 처음 다룬 다큐멘터리다. 부모 따돌림은 이혼가정 등에서 양육자가 아이와 따로 사는 전 배우자 등의 면접교섭을 방해하고, 아이가 만나기를 거부하도록 통제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김씨는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이혼 후 면접교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도 이를 가정법원이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자신의 아이를 만날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여 가정에서 소외되는 부모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면접교섭은 아동학대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장치이기도 하다.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사망한 이시우(당시 12세)군도 생전 친모와 면접교섭을 하지 못했다. 계모와 친부는 아이의 적응 문제를 핑계로 친모와 아이가 만나는 것을 방해하고 거부했다. (2023년 4월4일자 6면 보도)
이 사건을 계기로 면접교섭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으나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가정법원은 판결 이후 면접교섭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면접교섭 이행률을 가늠할 뿐이다. 가장 최근 공개된 자료인 2021년 조사 결과를 보면 비양육 부모와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자녀의 비율은 10.2%(전국 한부모가족 3천300가구 대상)에 불과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인용해 면접교섭권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도 진행됐다. 2023년 2월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 ‘이혼 절차에서 미성년자녀의 권리보장방안’을 보면 “면접교섭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모의 갈등에 노출된 자녀를 방치하는 것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면접교섭보조인 제도 도입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송미강 부모따돌림방지협회 대표는 “면접교섭 미이행 여부 등 가정법원의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아 제도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복지 관점에서 면접교섭 방해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