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혼부 이야기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면접교섭’ 개봉

 

이혼 후 볼기회 한달 중 두번

잦은 연락두절에 속타는 김씨

만날 권리 방해·거부 종용 등

비양육자 그늘 ‘국내 첫 조명’

인천지역 피해자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면접교섭’이 12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영화공간 주안에서 상영되고 있다. 2025.1.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지역 피해자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면접교섭’이 12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영화공간 주안에서 상영되고 있다. 2025.1.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에 사는 미혼부 김재훈(44)씨가 딸아이와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한 달에 두 번뿐이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약속 장소인 경북 포항에 도착했지만, 아이를 데리고 나올 친모는 휴대전화도 꺼놓고 연락이 두절됐다. 초조함에 김씨의 입은 자꾸 말라간다. 급기야 112에 전화를 걸어 아이의 신변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한다. 김씨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면접교섭’의 한 장면이다. 지난해 12월25일 개봉한 이 영화에는 이혼(사실혼 후 이별 포함) 후 아이와 만나지 못하는 아버지들 이야기가 담겼다. 인천에선 극장 ‘영화공간 주안’에서 상영 중이다.

면접교섭은 이혼 등으로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부모가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도록 보장하는 법적 권리다. 가정법원에서는 이혼할 때 정기적인 면접교섭과 양육비를 정하도록 한다.

인천지역 피해자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면접교섭’이 12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영화공간 주안에서 상영되고 있다. 2025.1.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지역 피해자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면접교섭’이 12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영화공간 주안에서 상영되고 있다. 2025.1.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 영화는 ‘부모 따돌림’ 문제를 국내에서 처음 다룬 다큐멘터리다. 부모 따돌림은 이혼가정 등에서 양육자가 아이와 따로 사는 전 배우자 등의 면접교섭을 방해하고, 아이가 만나기를 거부하도록 통제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김씨는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이혼 후 면접교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도 이를 가정법원이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자신의 아이를 만날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여 가정에서 소외되는 부모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면접교섭은 아동학대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장치이기도 하다.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사망한 이시우군의 친모도 생전 면접교섭을 진행하지 못했다. /경인일보DB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사망한 이시우군의 친모도 생전 면접교섭을 진행하지 못했다. /경인일보DB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사망한 이시우(당시 12세)군도 생전 친모와 면접교섭을 하지 못했다. 계모와 친부는 아이의 적응 문제를 핑계로 친모와 아이가 만나는 것을 방해하고 거부했다. (2023년 4월4일자 6면 보도)

[이슈추적] 아동학대 막을 첫 번째 문턱 '면접교섭'

[이슈추적] 아동학대 막을 첫 번째 문턱 '면접교섭'

비동거자녀 만날 권리계모·친부, 月2회 만남 합의했지만두 차례 이후 연락 거부하며 이사부모따돌림방지協 "정서적 학대"친모와 함께 추가 고소장 접수할듯3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남동구에서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사망한 초등학교 5학년(지난해 11월부터 장기 결석) 남학생의 친모 A(34)씨는 계모와 친부의 거부나 방해로 2018년 이혼 이후 아들과의 면접교섭을 2차례밖에 하지 못했다."면접교섭만 제대로 됐어도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A씨는 아이가 1학년일 때 친부와 첫째·셋째 주 토요일에 면접교섭을 하기로 합의한 후 이혼했다. 하지만 2차례의 만남 이후 계모와 친부는 아이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1년 동안 만남을 거부하다가 연락을 피하고 아무 말 없이 이사까지 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그가 양육자 변경 신청 소송을 준비하던 중 지난 2월 아이는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숨을 거뒀다."면접교섭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이가 그렇게 학대를 당하고 있는 줄 몰랐어요. 작년에 무작정 학교로 찾아가 만난 아이는 세뇌라도 당한 듯 말도 섞지 않으려 하고, 제가 학교에 왔다는 걸 계모한테 알리려고 전화부터 거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에게 쉽게 말조차 걸 수 없었습니다." A씨는 "아이는 6학년 새 학기도 시작해 보지 못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아들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서럽고 슬퍼서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비통해했다. 그는 "계모와 친부의 면접교섭 방해 등으로 아동학대를 막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추가 고소에 나선 친모와 부모따돌림방지협회지난 2월 출범한 '부모따돌림방지협회' 소속 변호사들은 A씨의 법률대리
https://www.kyeongin.com/article/1631777

이 사건을 계기로 면접교섭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으나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가정법원은 판결 이후 면접교섭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면접교섭 이행률을 가늠할 뿐이다. 가장 최근 공개된 자료인 2021년 조사 결과를 보면 비양육 부모와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자녀의 비율은 10.2%(전국 한부모가족 3천300가구 대상)에 불과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인용해 면접교섭권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도 진행됐다. 2023년 2월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 ‘이혼 절차에서 미성년자녀의 권리보장방안’을 보면 “면접교섭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모의 갈등에 노출된 자녀를 방치하는 것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면접교섭보조인 제도 도입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송미강 부모따돌림방지협회 대표는 “면접교섭 미이행 여부 등 가정법원의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아 제도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복지 관점에서 면접교섭 방해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