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비극’ 반복 막으려면, 사람 아닌 제도 먼저 바꿔야

 

尹 탄핵이후 구체적 공감대 형성

헌정회·지자체장, 논의 불 지펴

유정복 ‘지방분권 강화방향’ 강조

先개헌 後대선·원포인트 등 거론

민주당 일각선 시기상조 반응도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생성형 AI 미드저니 이미지 재가공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생성형 AI 미드저니 이미지 재가공

윤석열 대통령 12·3 비상계엄 사태와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개헌론(改憲論)이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의 비정상적 조치가 국가 위기로 이어지면서 6공화국 헌법 체계를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면 전환용’으로 인식된 과거 개헌 논의와는 차원이 다르고 구체적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도 개헌론이 확산하는 요인이다.

대한민국헌정회가 공개적으로 개헌 논의 시작을 촉구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 헌정회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정국이 개헌 적기라고 판단하고 조속히 개헌 절차에 착수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촉구한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장도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지금이 개헌 최적기”라며 지방분권 강화 방향의 개헌을 강조했다.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40년 가까이 지난 현행 헌법이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지방자치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극단적 대립 방식의 정치 지형에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통령과 국회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쏠려 있는 현실을 개헌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2024.12.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2024.12.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경인일보가 정치 원로와 전문가에게 개헌에 대한 생각을 물으니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황우여 전 부총리는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꼽았다. 최근 개헌 논의를 촉구한 헌정회 개헌특위 간사인 이시종 전 충북도지사는 분권형 개헌을, 박관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지방자치 정신을 반영한 지방분권 개헌을, 정치학자인 최준영 인하대 교수는 여야 갈등 구조를 종식시키는 데 초점을 둔 영국식 내각제를 제안했다.

개헌 방향·시기를 두고 나오는 이견을 어떻게 좁혀가느냐에 따라 개헌 논의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탄핵 심판과 수사 등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선(先) 개헌, 후(後) 대선’, 권력구조만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 등이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지금은 개헌의 적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야 극단 대치 구도 속에서 개헌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의견도 많지만, 그럼에도 꼭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최준영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을 보며 권력의 사유화, 국정농단 문제를 목격했음에도 이를 시스템으로 바꿔내지 못했다. 적폐청산 이름으로 시스템이 아닌 사람만 잡으며 결국엔 복수심만 더 키워놓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또 일이 벌어졌다”면서 “이번에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지난 탄핵 이후보다 더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호·한달수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