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늘어난 실내담배

인력 부족… 단속 어려워

 

‘금연’ 기준 미달 건물은

흡연 제재조차 쉽지 않아

지난 12일 오후 9시께 찾은 안양시 동안구 범계역 인근 한 상가 건물.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한 건물 2층 비상계단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계단 벽과 바닥에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 ‘금연구역’ 등 보건소의 금연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흡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흡연자 A씨는 “날씨가 추워서 나가기 귀찮다”며 “재떨이도 있고 다른 사람들도 여기서 다 피우니까 잘못된 것인지 몰랐다”고 했다.

13일 오후 2시께 찾은 수원역 로데오거리의 한 상가 건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오전에 청소가 이뤄졌지만, 비상계단 곳곳에 꽁초와 재가 떨어져 있었다. 고시원 앞 비상계단에는 ‘담배 꽁초는 이곳에 버려주세요’라고 써 붙인 안내문과 쓰레기통까지 마련돼 있었다.

겨울철 날씨가 추워지면서 건물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족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규제할 인력과 법안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들은 금연구역에 해당하는 건물을 대상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안양시 동안구 관계자는 “단속 인력 2명이 금연구역을 전부 담당하다 보니, 효과적인 단속이 어렵다”고 했다.

인력 없는 단속원, 권한 없는 지도원… 연기만 피우는 금연대책

인력 없는 단속원, 권한 없는 지도원… 연기만 피우는 금연대책

속원의 운영 규모도 지자체마다 제각각인데, 간접흡연 피해자들은 실효성 있는 단속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5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흡연 적발 과태료 부과 건수는 총 3천745건이다. 이 기간 성남시는 과태료 부과 건수가 399건에 달한 반면, 오산시는 단 2건에 불과했다.이처럼 단속 불균형이 심한 이유는 금연구역에서 흡연자 적발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금연단속원 인력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도내 금연단속원은 총 125명이다. 이 중 수원·화성시 등의 경우 6명이 넘지만, 안양시처럼 단속원을 아예 두지 않은 곳도 있다.금연단속원은 각 시·군이 직접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으로 뽑는 탓에 재정이 빠듯한 경우 인력 확충이 어렵다는 게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기 남부지역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금연단속원을 충분히 둘 만큼의 예산을 책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단속원을 대신해 시·군에서 별도의 금연지도원을 위촉해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은 떨어진다. 지도원은 주의·계도 정도의 권한만 있어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고, 활동 시간도 제각각이어서 체계적인 단속에 한계가 있다. 실제 파주시의 경우 금연지도원이 한 달에 네 번가량 활동하고 있다.경기데이터드림에 따르면 도내 금연구역은 약 18만 곳에 달한다. 시민들은 이 같은 금연구역 내 흡연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양에 사는 손모(29)씨는 "금연구역 앞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을 매일 보지만, 과태료 처분을 받는 건 본 적이 없다"며 "담배 냄새와 흡연자들이 바닥에 뱉은 침 자국 때문에 괴롭다"고 토로했다.천은미 이대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6481

건물마다 상가 관리인이 있어도 실내 흡연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한 관리인은 “술을 마시고 흡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흡연을 말렸다가 위협을 당할까봐 강하게 제지할 수도 없다”고 했다.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단속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사무용 건축물·공장 및 복합 용도의 건축물은 연면적 1천㎡가 넘어야 금연구역에 해당한다. 수원시 팔달구 관계자는 “수원역 로데오거리는 연면적이 1천㎡가 넘지 않는 건물이 대부분”이라며 “금연구역이 아닌 건물은 지자체에서 단속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지난 2006년 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21대 국회에서 건축물의 연면적 기준을 줄이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자체는 필요할 경우 조례를 통해 일정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실내 흡연은 화재 발생 위험성도 높아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담배 꽁초는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건물 안에선 흡연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관련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되 적절한 흡연 구역을 마련하고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