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생명력 ‘강화 칠면초’ 제 음악 정체성 만들어줘”

 

강화도 레지던시로 한달간 머물러

환경보전 메시지 담은 재즈곡 발표

“소금 토양·물살 견디는 모습 영감”

지난 13일 오후 칠면초처럼 붉은색 벽돌의 오래된 건물에 자리한 서울 문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션 이아노. 2025.1.13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 13일 오후 칠면초처럼 붉은색 벽돌의 오래된 건물에 자리한 서울 문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션 이아노. 2025.1.13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 강화갯벌에서 볼 수 있는 염생식물 ‘칠면초’가 주제곡을 선물받았다.

재즈 음악과 식물을 연결하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는 뮤지션 이아노(본명 이혜인)는 칠면초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모던 재즈 곡 ‘Pioneer’를 지난달 21일 인천무형유산전수교육관 공연장에서 개최한 단독 공연 ‘칠(七)면초 재즈 여행’에서 초연했다. 그동안 팀 활동에 주력했던 이아노의 첫 솔로 창작곡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오후 칠면초처럼 붉은색 벽돌의 오래된 건물에 자리한 서울 문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아노는 “칠면초가 가진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에서 영감받아 작곡한 곡”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강화도 여행에서 만난 칠면초는 염생식물 중 가장 바다가 가까운 쪽에 살아요. 염도가 가장 높은 곳에 살죠. 그렇게 소금기가 강한 토양에서 죽지 않고 살아나는 모습에서 강함을 느꼈어요. 바닷물이 밀려오거나 빠져나갈 때의 강한 물살과 파도를 견디며, 갯벌이 갈라지는 가뭄에도 끄떡없는 칠면초의 단단함을 재즈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지난달 21일 인천무형유산전수교육관 공연장에서 개최한 ‘칠(七)면초 재즈 여행’ 공연에서 강화 칠면초 군락지 사진을 배경으로 자작곡을 연주하고 있는 이아노. 2024.12.21 /이아노 제공
지난달 21일 인천무형유산전수교육관 공연장에서 개최한 ‘칠(七)면초 재즈 여행’ 공연에서 강화 칠면초 군락지 사진을 배경으로 자작곡을 연주하고 있는 이아노. 2024.12.21 /이아노 제공

칠면초를 모르는 이가 많을 것 같다. 갯벌 등 바닷가에서 군락을 이루며 사는 한해살이풀이다. 9~10월이면 붉은색으로 물들어 ‘바다의 단풍’으로도 불린다. 탄소 흡수를 도와 갯벌 생태계의 중요한 자원으로 꼽히기도 한다. 강화갯벌 일대에서 볼 수 있으며 특히 강화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이아노는 100개 넘는 식물을 키우는 자칭 ‘식집사’ 뮤지션이다. 그런데 이아노도 칠면초는 몰랐다고 한다. 그와 칠면초를 만나게 해 준 건 강화도다. 강화유니버스의 ‘잠시섬’ 프로그램과 인천 한 달 살기 레지던스 등을 통해 강화도에 머물면서 강화도에 머물면서 칠면초를 만났다.

이아노는 “강화 칠면초는 병자호란의 아픈 역사를 담은 이야기도 있다”며 “달의 표면같이 우둘투둘한 강화갯벌, 거기서 사는 많은 식물과 새 같은 생명체들은 제 음악의 정체성을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이아노는 지난달 칠면초 공연에서 강화갯벌을 떠올리며 만든 자작곡을 몇 곡 더 소개했다. ‘강화갯벌 보전’ 메시지를 담은 곡도 있다. 칠면초와 강화갯벌에 대한 곡을 모아 음원 또는 음반으로 발표하는 게 올해 목표다.

이아노는 “여행에서 기록한 사진·영상이나 미디어아트를 음악에 결합하는 방식의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며 “장르를 뛰어넘은 예술 작업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부단히 강화를 오가며 칠면초가 사는 모습을 계절별로 살필 생각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