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일대 하루 100여대 추돌
강추위 아니라도 발생요인 다양
5년간 4천여건… 치사율도 높아
“서행하며 브레이크 최소화해야”
14일 오전 고양시 일대 도로 3곳에서 차량 100여대가 연쇄 추돌하는 등 경기지역 곳곳에서 ‘도로 위 살얼음(블랙아이스)’으로 인한 차량 사고가 잇따라 1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다.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하면서 육안 식별이 어렵고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블랙아이스에 대비한 ‘방어운전’이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49분께 김포 월곶면 갈산리 한 도로에서 50대 남성 A씨가 몰던 5t 트럭이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크게 다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보다 앞선 이날 오전 고양시 자유로와 서울문산고속도로 등에서는 총 103대 차량이 연루된 다중 추돌사고 3건이 발생, 18명이 다쳤다. 이뿐 아니라 이날 출근시간대 인천과 수원, 안산, 오산 등지에서도 빙판길 미끄러짐 사고가 이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발생한 사고 전반의 원인 중 하나로 블랙아이스를 지목했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에 얇은 막처럼 형성되는 얼음으로, 매연과 먼지가 함께 섞여 투명하지 않고 검거나 짙은 회색을 띤다. 운전자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도로 위 암살자’로도 불린다.
문제는 블랙아이스가 강추위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 겨울철에 시시각각 운전자들을 위협하는 점이다. 블랙아이스는 우선 비나 눈이 내리거나, 기존에 내려 쌓인 눈이 녹으면서 아스팔트 사이로 스며든 뒤 다시 얼어붙어 생길 수 있다. 또 안개가 도로면에 달라붙어 얼거나, 차가운 지면이나 물체에 닿아 급속히 얼면서 살얼음을 만드는 ‘어는 비’가 내릴 경우 만들어질 수 있다. 실제 이날 경기지역 사고 발생지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도∼영상 1도를 기록할 정도로 크게 낮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블랙아이스가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고 대형사고를 유발하는 만큼, 운전자들이 주행 시 안전거리 확보 등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간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4천609건이며 사상자는 7천835명에 달했다. 치사율도 사고 100건당 2.3명으로, 도로가 얼지 않았을 때(1.5명)에 비해 높았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블랙아이스가 꼈을 시 갑작스런 제동·방향전환 등 차량 제어가 어렵기 때문에 터널 출입구·고가도로·그늘진 커브길 등 주요 위험구간 진입 시 서행하면서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운전자들이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속도를 줄이고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현·김태강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