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돌출행동 미로에 빠진 정국
보수 분열, 사색당쟁 현실화 두려워
뉴스에 획기적 변화 가져온 유튜브
자극 콘텐츠 이용자 확증편향 초래
해법 제시할 포용·통합 리더 기다려
대통령의 돌출행동으로 정국은 미로에 빠졌다. 상상하지 못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국가보다는 자신의 이해를 먼저 계산하는 정치인들, 저마다의 애국심으로 거리로 나선 시민들, 갈등을 유발하는 언론인들…. 해방 후 남북이 분단되고, 민주화 이후에는 좌우대립이 심화되었다. 이제는 보수가 분열하고 있다. 이러다가 사색당쟁(四色黨爭)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분열을 심화시키는 원인의 하나로 미디어를 꼽을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면, 미디어와는 불가분의 관계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는 육성(肉聲)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참여자는 제한되었다. 여성, 노예는 포함되지 않았다. 투표권을 가진 아테네의 시민은 10%에 불과했다. 금속인쇄술은 중세의 종말을 알렸다. 성경의 보급으로 종교혁명이 가능했다.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통해 지식이 축적되고 과학이 발전했다. 초기 신문은 정론지(政論紙) 성격이 강했다. 미국의 독립은 신문의 역할이 컸다.
라디오 전파(電波)는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도달한다. 정치인의 육성도 직접 전달한다. 이승만 대통령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아직도 노년층의 뇌리에 생생하다. 독재자들은 라디오를 효과적인 통치수단으로 활용했다. 히틀러, 무솔리니는 일방적인 메시지를 반복 송출했다. 그들은 영화도 활용하여 선전선동 효과를 극대화했다. 방송은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수단이지만 민주주의에서도, 전제주의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TV의 출현으로 이미지 시대가 시작되었다. 시청자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가 중요하다. 외모와 말, 인상이 정치인의 자질이 되었다. 본 모습은 아무도 모른다. TV에 나타나는 순간이 전부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시절부터 TV에 등장했다. 특검의 강골 이미지, 청문회에서의 강단 있는 태도, 특히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그의 정치적 자산이 되었다.
인터넷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이전에는 소수의 신문사와 방송국만이 여론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모두가 기자요, 논객이다. 과거에는 침묵했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동지들이 있고, 조직화가 수월해졌다. ‘노사모’가 등장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노무현 대통령도 없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전 연령층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되었다. 동영상 콘텐츠도 보편화되었다. 특히 유튜브는 뉴스 이용에 획기적 변화를 초래했다. 이제는 누구나 방송국을 만들 수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선호하는 콘텐츠를 계속 추천한다. 그로 인해 이른바 ‘반향실(反響室)효과’가 발생한다. 같은 의견만 증폭해서 들려온다. 대통령의 동떨어진 현실인식이 보수 유튜브를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의 지지자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탄핵 찬성의견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계엄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시청자 수로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에 콘텐츠는 점점 자극적으로 변한다. 이용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확증편향에 빠진다. 다른 의견은 무시하고 심지어 증오하기에 이르렀다. 유튜브가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미디어 기술은 정치 참여를 확대했지만 이제는 그 부작용을 심각히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면 건전한 여론을 조성하여 사회를 통합하는 기능은 누가 담당하여야 하는가. 무엇보다 정치적, 상업적으로 독립한, 국민이 신뢰하는 언론기관이 절실히 필요하다. 방송법에서는 공영방송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공영방송의 진영논리는 도를 넘었다. 특정 정파를 지지하면서도 중립을 가장하고 있다. 지지자는 열광하지만 나머지는 외면한다. 유튜브에 의해 포획된 우리나라의 정치를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가. 정치인, 국민, 언론인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원칙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매우 지난한 과제다. 그 해법을 제시하고 실천할 포용과 통합의 리더를 기다린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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