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분당 수준 높이라는 주민들

쾌적하고 차별화된 주거 환경 잃고

당장 분담금 줄어도 미래가치 하락

향후 교통량 폭증 감당하기 어려워

용적률 300%, 고민 끝에 나온 계획

조용주 고양시 도시혁신국장
조용주 고양시 도시혁신국장

고양시는 노후계획도시인 일산신도시에 대해 ‘활력 있고 생동감 있는 공원도시 일산’이라는 비전으로 ‘살기 편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가진 자족도시’를 목표로 기본 계획을 수립 중이다. 지난해 9월 주택유형과 특성 등을 고려해 기준용적률을 아파트 300%, 연립 170%, 주상복합 주거 260%로 설정한 기본계획(안)을 발표, 일산 주민들 사이에 최대 관심사로 대두되었다.

주민들은 일산의 기준용적률이 타 1기 신도시 중에서 가장 낮아 사업성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는 분담금액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준 용적률을 분당 수준으로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고양시의회에서도 이와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주민들 요구의 주요 쟁점은 기준용적률을 높여 일반분양분을 늘리고 공공기여는 최소화하여 분담금을 최대한 줄여줘야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물론 재개발, 재건축을 원하는 집주인으로서는 하나뿐인 소중한 집과 토지를 내놓고 분담금까지 내면서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므로 용적률에 민감한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5개 지자체의 1기 신도시는 각각의 개발밀도(건물밀집도)가 다르고 거기에 설치된 기반시설 여건도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용적률만 높여 사업성을 높여주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산신도시의 장점은 타 신도시 대비 낮은 밀집도 덕분에 훨씬 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인데 타 시도와 같은 수준의 용적률로 높아져서 기존의 쾌적하고 차별화된 주거환경을 잃어버린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도시 경쟁력과 주거 쾌적성 모두를 위협하게 된다. 게다가 집의 가치를 낮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즉 당장 분담금은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미래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슈는 도시 기반 시설에 대한 부분이다. 적정 수준의 용적률을 넘어가면 빼곡하게 지어져 앞 동이 바로 눈앞인 닭장 아파트가 되어 주거 쾌적성은 진즉 포기해야 하고, 인구 및 주택 증가로 인한 상·하수도 부족, 교통서비스 악화, 주차난, 환경오염 등 부작용들이 함께 따라오게 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시설 확충 및 정비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는 사업시행자 즉, 주민이 공공기여를 통해 부담해야 하며 그나마도 시간과 비용을 들이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 시설은 차원이 다르다. 현재 파주~일산~서울 간 간선도로는 물론 일산 내부조차 정체 구간이 많은데, 향후 일산신도시 전체 재건축 사업에 따른 교통량 폭증을 감당하기가 매우 어렵다. 도로를 확장해야 하나 일산신도시 중앙로 상업·업무지역과 후곡·백마학원가의 상업지역은 현실적으로 도로 확장을 할 수가 없으며 공동구나 지하철 등 지하시설로 인해 지하차도 건설 역시 매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본계획(안)에서 볼 수 있듯이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단순히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도시서비스 기능을 도입하여 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중요한 과업이다. 이를 통해 도시의 교통 혼잡, 환경오염, 공공 서비스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도시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단순히 기준용적률을 높이고 분담금을 줄여서 높이 치솟은 아파트만 지어서는 ‘살기 편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가진 자족도시’라는 목표가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고양시는 원치 않았던 수도권 중첩규제로 내세울만한 기업 하나 없고 서울의 베드타운 노릇을 하느라 상대적으로 낮은 집값과 서울로의 출퇴근 교통지옥 속에서 시민들의 박탈감만 늘어갔다. 시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자족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경제자유구역 지정, 일산테크노밸리 조성, 창릉신도시의 자족도시 활성화, 대곡역세권 지식융합단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가 많아지면 청년층이 유입되고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게 된다. 일산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들도 자연스럽게 그들을 위한 주거지가 되고 이로 인해 가치도 함께 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계획되고 멀리 내다보는 신도시 정비계획이 필요하다. 용적률 300%는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계획이다. 재건축의 목적은 시민들의 삶의 가치와 쾌적한 도시 환경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것이지 재산권의 업그레이드만을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사람과 도시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를 지향한다. 지금 준비되고 진행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이 이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조용주 고양시 도시혁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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