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파티조차 못 여는 아동센터
모금 성수기인데 개인기부 급감
인천모금회 “체감되는 불경기”
경기 침체 여파로 연말연시 성금과 물품 기부 등이 예년 같지 않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이 더욱 절실한 때다.
■“후원이 줄었어요” 사회복지기관들 한숨
인천 미추홀구 한 지역아동센터는 한 달에 한 번 케이크와 간식을 나눠먹는 생일 파티를 지난해 12월부터 열지 못했다. 케이크와 간식을 더는 기부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개인 후원자의 연락을 받은 이후부터다. 센터 관계자는 “몇몇 아이가 ‘내 생일 파티만 못했다’고 속상해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말부터 이 센터는 학용품, 도서 등 물품 기부나 정기 후원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 후원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연락이 많아졌다”며 “아이들을 위한 작은 생일 파티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 미추홀구 주택가에 있는 노숙인요양시설은 설 명절을 앞두고 치솟은 물가에 걱정이 크다. 이 시설에선 매년 오갈 곳 없는 노숙인들에게 떡국 등 명절 음식을 함께 나누고 있다. 난방비와 전기세 등도 부담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실내 난방을 마음 놓고 켜지 못한다고 한다.
시설 관계자는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기부금으로 난방비 등을 충당할 수 있을지 새해부터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인천 부평구노인복지관도 상황이 비슷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쌀, 김, 코로나19 검사키트, 필수 의약품 등 각종 후원품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불경기 체감” 개인 기부도 주춤
연말연시 모금 캠페인에선 개인 기부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희망2025캠페인’(2024년12월1일~2025년1월31일)은 기업과 단체 등의 도움으로 전년보다 빠른 속도로 성금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개인 기부자 수와 기부 금액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지난 2023년 말 개인 기부 총액은 20억8천124만9천원(2023년 12월31일 기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7억6천908만9천원(2024년 12월31일 기준)으로 급감했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큰 금액을 기부한 기업들 덕분에 전년보다 빠르게 목표액으로 도달하고 있다”면서도 “경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올해는 1천만원 이하 개인 기부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발길 뜸한 ‘헌혈의집’
추운 날씨에 헌혈을 하려는 시민들도 뜸해지고 있다. 인천은 다행히 적정 수준의 혈액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11일분이었던 하루 혈액 보유량은 이달 12일 7.3일분으로 크게 줄었다. 혈액 보유량은 관심(5일분 미만), 주의(3일분 미만), 경계(2일분 미만), 심각(1일분 미만) 등 4개 단계로 관리되고 있다.
대한적십자 인천혈액원 관계자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고, 독감이 유행이라 헌혈하는 시민이 적다”며 헌혈 동참을 당부했다.
/백효은·송윤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