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의해 체포된 가운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한 양측 지지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오전 10시38분께 윤 대통령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 관저 입구 부근 볼보빌딩 앞에서 윤 대통령 체포·탄핵을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들은 ‘우리가 이겼다’, ‘드디어 내란 수괴를 잡았다’며 환호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서로 부둥켜 안으며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관저 내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마친 공수처·경찰 인력이 복귀를 위해 집회 장소를 지나가자 참가자들은 ‘공수처·경찰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를 연신 외치며 박수쳤다.
이들은 공수처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권모(57)씨는 “드디어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했는데 이에 대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난번과 같이 체포에 실패하지 않을까 의심했는데, 확실히 내란 수괴범을 체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윤모(49)씨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됐지만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이 있다”며 “공수처는 윤석열의 죄를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이 체포돼 공수처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에 허탈함과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체포 작전에 투입된 경찰 인력이 윤 대통령 지지자 집회 장소를 지나자 이들은 고성과 욕설을 했고, 집회 현장을 두르고 있던 바리케이드를 격하게 밀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가 대형화면을 통해 전해지자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 반대 집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집회가 끝나자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윤 대통령이 체포된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집회에 참석한 황모(76)씨는 “윤 대통령이 불법 영장에 의해 체포됐다는 사실이 가슴이 터질 정도로 분하다”며 “수사에 응한 것은 유혈충돌을 막기 위한 윤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유모(72)씨는 “윤 대통령이 지금은 고통당하고 있지만 잘못이 없기 때문에 곧 복귀할 것”이라며 “대통령은 끝까지 국민과 경호처 직원의 안전을 위해 희생했다”고 울먹였다.
공수처는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한 윤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오전 11시부터 공수처 338호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시작했다. 조사는 이재승 공수처 차장이 직접 맡아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사가 끝나면 서울구치소에 구금될 예정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최대한 진술을 확보한 후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