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찬성파, 실패 불안 씻고 안도

탄핵반대파, 과천서 철야집회로

1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계자들이 보이자 윤 대통령 체포·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5.1.15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1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계자들이 보이자 윤 대통령 체포·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5.1.15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를 두고 시민 여론은 더 극명히 갈렸다. 체포 소식이 전해진 이후 환호와 분노가 교차한 가운데, 용산 한남동 일대 장기간 이어져 온 집회는 15일 윤 대통령이 조사를 받는 정부과천청사 앞으로 옮겨졌다.

이날 오전 10시38분께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볼보빌딩 앞은 축제 분위기였다. 윤 대통령의 체포·탄핵을 촉구하는 이들은 ‘우리가 이겼다’, ‘드디어 내란 수괴를 잡았다’ 등을 외치며 환호했고 서로 부둥켜 안으며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영장 집행을 마친 공수처·경찰 관계자들이 이곳을 지나자 이들은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를 연신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권모(57)씨는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난번처럼 체포에 실패하지 않을까 의심했는데, 확실히 내란 수괴범을 체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윤모(49)씨는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이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체포돼 공수처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허탈함을 표출하는 동시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들을 향한 고성과 욕설이 이어졌고, 집회 현장을 두르고 있던 바리케이드를 격하게 밀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의 담화 영상이 대형 화면을 통해 전해지자 일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황모(76)씨는 “가슴이 터질 정도로 분하다. 수사에 응한 것은 유혈충돌을 막기 위한 윤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했고, 유모(72)씨는 “잘못이 없기 때문에 곧 복귀할 것으로 믿는다. 대통령은 끝까지 국민과 경호처 직원의 안전을 위해 희생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진행된 15일 오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5.1.1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진행된 15일 오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5.1.1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윤 대통령의 체포에 반대했던 이들 상당수는 대통령을 따라 과천으로 옮겨 집회를 이어갔다. 봉쇄된 정부청사 정문 앞은 오후 1시께부터 몰려든 지지자들에 의해 ‘영장 무효’, ‘공수처 해체’ 등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지역에서 대형버스를 대절해 이곳에 온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왔다는 안인순(81)씨는 “아침 8시에 출발해 한남동으로 향하다가, 중간에 대통령 체포 소식을 듣고 공수처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오후 2시부터는 청사 정문 옆 운동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이곳에서 철야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밤부터 관저 앞을 지켰다는 박의재(80)씨는 “밤을 샐 각오로, 바지만 네겹을 입고 판초(망토)도 챙겨왔다”며 “열불이 나서 오늘도 밤새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한규준·목은수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