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 도움되는 방안 궁리 끝에
인문적 토양 배양의 기치 내걸은
신진 지원 ‘심원건축학술상’ 제정
현재 제17회 학술상 공모 진행 중
설립 이사장 학술상 향한 초심 여전
2008년 초 어느 날 학교 후배의 주선으로 30대 후반의 2세 기업가를 만났다. 그가 가깝게 의지하며 지냈던 한 건축가-나의 후배였기도 한데 와병으로 젊은 날에 아까운 생을 마감했다-와의 인연이 고리가 되어 그를 기리는 차원에서 건축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 그것이 어떤 결정이든 아낌없이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전해왔다.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뜻은 고마웠지만 지속 가능한 일일까? 그는 건축 전공자도 아니었다.
제안을 받아든 나는 당시 대학의 소장 건축학자 3인(전봉희, 배형민, 안창모)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건축의 장(場)에 이로운 프로그램이 무엇인가를 궁리한 끝에 건축역사와 이론, 미학과 비평 제 분야의 전도유망한 신진 학자 및 예비 저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심원건축학술상’을 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때만 해도 대학에서 건축 역사, 이론을 전공하는 후학들의 기세가 많이 꺾여있던 터라 어떤 형식으로든 지원책을 강구하여 저들을 응원하는 게 필요했다.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심원문화사업회(이사장·이태규)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건축학술상이 제정되면 최소한 10년 이상은 지속돼야 함을 약속받고,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미발표 원고(심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 논문 포함)를 공모하여 그 중 학술적이며 논쟁적 가치가 높은 응모작을 대상으로 매년 1편의 수상작을 선정하여 시상 및 단행본 출판을 지원한다는 큰 틀을 정했다.
2008년 봄 첫 공모요강을 발표하고 그해 말 1, 2차에 걸쳐 응모작 접수를 하여 2009년 6월 제1회 심원건축학술상의 시상식을 개최했다. 그리고 다음해 6월 대망의 1회 수상작 ‘벽전(甓甎)-우리나라 벽돌 건축의 조영원리’(박성형)의 출판기념회를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가졌다.
이후 ‘소통의 도시-루이스 칸과 미국 현대도시건축’(서정일, 2회 수상작),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이강민, 4회 수상작),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本町’(이연경, 6회 수상작), ‘일본 근세 도시사-아키치(明地)와 다이치(代地)를 통해본 에도(江戶)’(이길훈, 8회 수상작), ‘경복궁의 모던 프로젝트’(강난형, 9회 수상작), ‘근대 부엌의 탄생과 이면’(도연정, 11회 수상작), ‘일제시기 보물건조물의 보존과 수리’(서효원, 12회 수상작), ‘산릉의궤와 정자각에 새겨진 조선후기 관영건축의 시공기술사’(이상명, 13회 수상작)를 출간했다. 중간에 5번은 수상작 없이 지나왔다.
올해 1월 초, 심원건축학술상 총서 10번째 책인 ‘풍경과 다스림-조선시대 감영 원림의 역사와 미학’(임한솔, 15회 수상작)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현재는 16회 수상작 윤민용의 단행본 출판 준비 작업과 제17회 심원건축학술상의 공모가 진행 중에 있다.
30대였던 사업회 이사장도 어느덧 50대로 접어들었다. 한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심원건축학술상’을 향한 한결같은 그의 초심이다.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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