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새바람 일으킬 유승민 회장, 그는 누구인가
부천 내동중 시절 소년체전 MVP ‘신동’
왕하오 누르고 ‘아테네올림픽 금빛환호’
낮은 인지도 극복 IOC 선수위원 당선도
2년간 경인일보 오피니언 필진 활동도
‘탁구 천재에서 체육 대통령까지 된 사나이’.
누구도 예측 불가했던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43)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 그는 어릴적 탁구 천재에서 행정가를 거쳐 체육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기적의 사나이’로 불린다. 현역 시절 파란만장한 탁구 인생을 통해 한국 탁구를 전 세계에 알리더니 이번엔 국제 스포츠 무대를 넓혀 대한민국의 체육 수장으로 선출되며 제2의 스포츠 인생을 살고 있다. 유승민 그가 궁금하다.
■ 탁구 신동의 탄생
경인일보 1996년 6월5일자 스포츠면. 당시 신문에는 제4회 체육꿈나무 대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경인일보사는 지난 1989년 수원에서 열린 제70회 전국체육대회를 시작으로 지역 스포츠 선수 발굴을 위해 전국체전 MVP대상 시상식을 마련했고, 1993년부터는 전국소년체전 꿈나무 MVP 대상도 개최해 지역 스포츠인들과 함께 했다.
당시 제4회 수상자로 ‘탁구 천재’ 유승민이 뽑혔다. 전국소년체전에서 구기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우승을 선사하고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쓴 유승민(당시 부천 내동중)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유남규와 김택수를 능가하는 기량은 탁구 신동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그의 실력은 전국을 강타했다.
■ 선수로서의 발돋움
경기도 출신답게 유승민은 아마추어 선수시절 경기도 탁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불굴의 의지로 모든 대회를 석권한 그였기에 한국 탁구는 열광했다.
부천 내동중에 이어 포천 동남종고로 진학을 결정한 그는 전국대회에서 잇따라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한국 탁구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했고, 경기대에 진학해서도 탁구 열정은 대단했다.
그가 선수로서 정점을 찍은 것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었다. 남자 단식에 출전한 그는 결승에서 중국 최강자 왕하오를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을 남겼다. 다른 대회에서 왕하오와 만났을 때는 잇따라 패했지만, 올림픽에선 만리장성의 벽을 허물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펄쩍펄쩍 뛰며 김택수 코치에게 안긴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 스포츠 행정가로 변신
탁구 인생 2막으로 행정가를 택한 유승민은 2014년 현역 선수에서 은퇴 후 잠시 국가대표팀 코치로 일한 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당시 그는 워낙 인지도가 없어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다.
그러나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하루 25㎞씩 걸어다니며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강행군을 펼치며 선수들을 만나 자신의 스포츠 철학을 밝혔다. 그 결과 총 23명의 후보 가운데 2위에 올라 최다 득표 4명까지 주어지는 IOC 선수 위원에 당선됐다.
유승민은 40대 초반의 나이지만 체육행정 경험이 많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선수촌장으로 임명됐고, 올림픽 후에는 2018 평창기념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2019년에는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대한탁구협회 회장 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2020년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연임에 성공했다.
■ 기적을 바꾼 체육 대통령
이번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말 그대로 ‘대이변’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후보가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난 8년 동안 다져온 표심이 워낙 강력했고,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후보가 등장했기에 이번 선거는 ‘이기흥’ 대 ‘반(反)이기흥’ 구도로 재편됐다.
게다가 5명의 후보는 단일화에 나섰지만, 협상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1982년생인 유승민을 놓고 ‘젊으니까 다음 기회가 있다’는 말로 양보를 권유해 더는 함께하지 못했다.
이기흥 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에서 밑바닥 표심이 흔들리자 강신욱·강태선 후보는 선거 기간 유승민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유승민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체육회장 선거를 하루 앞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의혹 제기는 사실무근으로 당당히 맞섰다.
■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대한체육회
IOC를 비롯해 국제 체육계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유승민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국제 스포츠 외교력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IOC 선수 위원을 8년 동안 지냈던 그는 이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수장 자격으로 IOC 위원에 도전할 자격을 갖췄다. 현재 한국인 IOC 위원은 NOC 대표 자격의 이기흥 회장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 신분의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 2명뿐이다.
유승민은 회장에 뽑힌 뒤 토마스 바흐(71) IOC 위원장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전화를 통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바흐 위원장은 축하 인사를 건넨 뒤 “이른 시일 안에 스위스 로잔에서 만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유승민과 함께한 경인일보
경인일보는 경기도 출신 유승민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선수 시절부터 그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신문에 게재될 정도로 경기도 출신의 탁구 스타였다. 또 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필진으로도 활동했다.
2018년 4월부터 2년간 경인일보 오피니언란 ‘수요광장’ 코너에서 유승민은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 ‘대한민국 인재를 국제 스포츠 무대로’, ‘아시아 최초 동계유스 올림픽 유치’ 등 스포츠 행정을 대변하며 한국 스포츠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 호평을 받았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