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피의자 조사 질문에 진술거부 일관
‘체포영장 불법’ 인식, 협조 안할듯
48시간내 구속영장 청구 귀추 주목
국가원수도 끝내 체포영장을 피하지 못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 가운데, 이후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수괴 혐의 등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실상 조사를 거부,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정부과천청사 5동 건물 3층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윤 대통령을 상대로 피의자 조사를 시작했다. 준비된 질문지만 200여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오후 1시30분께까지 이어진 오전 조사에서 이재승 차장검사의 질문에 전혀 답하지 않았으며, 오후 2시40분부터 시작해 5시50분께 끝난 오후 조사에서도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진술 거부는 예견된 일이었다.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군경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체포영장이 집행된 뒤 2분48초 분량의 영상 녹화 메시지를 통해 “수사권이 없는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 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며 수사가 위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수사에 응할 의무가 없고 비상계엄에 관한 입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해 밝혀야 할 문제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상태다.
다만 검찰총장 출신으로 법률 지식과 수사 경험이 많은 윤 대통령이 침묵 대신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권자의 정당한 권한 행사이고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 이후 계엄을 해제해 내란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식의 진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체포한 때로부터 48시간 내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김형욱·정의종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