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조건서 1.6배 긴 제동거리

큰 중량, 화물까지 실어 더 취약

“안전거리 확보, 사고 예방 최선”

14일 오전 8시38분께 인천 서구 청라동에서 한 화물차량이 도로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났다. 2025.1.14 /인천소방본부 제공
14일 오전 8시38분께 인천 서구 청라동에서 한 화물차량이 도로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났다. 2025.1.14 /인천소방본부 제공

겨울철 ‘블랙아이스’(도로 살얼음)로 인한 교통사고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승용차보다 중량이 큰 화물차는 빙판길 제동거리가 길어 사고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블랙아이스 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인천시내 도로와 인근 고속도로에서 화물차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38분께 인천 서구 청라동 북인천 톨게이트 인근 고속도로에서 주류를 운반하던 화물차가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20대 운전자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옯겨졌다. 쏟아진 술병을 수습하기 위해 도로가 통제되며 출근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같은 날 오전 8시20분께 미추홀구 주안역 인근 도로에서도 화물차가 미끄러져 반대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 2대와 충돌했다. 다행히 승용차 운전자 1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도로 위에 얇은 막처럼 형성되는 살얼음으로 얼음과 매연, 먼지가 함께 섞여 짙고 어두운 색을 띤다. 도로면 아스팔트 색과 유사해 운전자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화물차는 블랙아이스로 인한 미끄러짐 사고에 더욱 취약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시속 50㎞ 조건으로 빙판길 제동거리를 측정한 실험에서 2.5t 화물차의 제동거리는 55.8m였다. 같은 조건에서 승용차의 제동거리가 33.2m인 것과 비교하면 약 1.6배 길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화물차는 승용차에 비해 차체가 크고 적재함에 화물까지 싣고 다니기 때문에 그 무게로 인해 미끄러지는 가속도가 훨씬 크다. 충돌 시 운전자에게도 강한 충격이 가해져 인명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날씨 정보를 자주 확인해 블랙아이스가 발생하는 이른 새벽 시간에는 운행을 자제하고, 교량이나 고가도로 등에서는 감속 운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

39년 차 베테랑 트레일러 기사 문모(65)씨는 “장거리 운전을 하는 화물차 기사들은 도로 상황에 따라 스노체인 등 안전 장치를 부착했다 뗄 시간이 부족하다”며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넓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사고 예방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