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철학, 순간의 장면 담은 인문학 그림책 2권
■ 철학의 은유들┃페드로 알칼데, 멀린 알칼데 지음. 기욤 티오 그림. 주하선 옮김. 단추 펴냄. 2만5천원
고대부터 현대 24명 통찰, 전달 방식 탐구
기욤 티오 작품으로 더한 ‘이해·깊이감’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나에게 부족한 대륙을 찾기 위해 비밀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온 세상을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라고 자신의 일기에 적었다. 우리에게는 각자 찾아내야만 하는 ‘대륙’이 있다. 정해진 목표나 확실한 목적지 없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삶의 여정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남들이 정해준 길이 아닌, 스스로 발견한 나만의 대륙을 향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키르케고르의 ‘대륙’처럼 헤라클레이토스의 ‘강’, 플라톤의 ‘동굴’, 홉스의 ‘늑대’ 등 철학자들이 남긴 사유는 때론 추상적인 개념을 감각적이고 구체적인 은유의 형태로 나타난다. 헤겔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날기 시작한다”는 은유를 사용했다. 철학은 역사가 성숙된 뒤에야 현실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렌트는 인간 사이의 관계적 공간이 사라질 때 나타나는 사회적 황폐화를 설명하기 위해 ‘사막’이라는 은유를 사용했다.
‘철학과 은유들’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24명의 대표적인 철학자가 자신만의 은유를 통해 철학적 통찰을 어떻게 전달했는지를 탐구한다. 각 철학자의 핵심 사상을 그들이 사용한 은유의 관점에서 조망하며 철학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책은 기욤 티오의 그림으로 철학적 깊이를 더하고 있다. 독창적인 색감과 감성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회화 작가로, 이번 책에는 자연 앞에서 느끼는 겸허함과 함께 삶의 방향을 찾으려는 열망을 가득 담은 그림 24점이 수록돼 있다.
■ 문학 속의 풍경들┃리카르도 렌돈 지음. 누리아 솔소나 그림. 남진희 옮김. 로즈윙클 프레스 펴냄. 2만8천원
작은 아씨들 등 명작의 배경 장소 그려
누리아 솔소나 섬세함, 고전 향수 자극
“앵초와 크로커스는 겨울의 맹공에 몸을 감췄다. 종달새는 입을 다물었고, 너무 일찍 돋아났던 새싹들은 시들어 까맣게 변했다. 그날 아침은 쓸쓸하고, 춥고, 우울하게 흘러갔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이 대목은 사랑과 배신, 복수 등이 뒤엉켜 비극적인 삶으로 이끌려가는 인물들이 살아가는 황량한 들판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이내 장면을 떠올려 보면, 바람이 휘몰아치는 언덕과 어두운 하늘 아래 휘어진 나뭇가지와 풀이 주는 스산함이 스쳐 지나간다.
‘정글북’이 탄생한 인도 마디아 프라데시의 울창한 정글, ‘닐스의 신기한 여행’이 시작된 스웨덴의 바다마을 스몰란드 등 문학 작품을 읽으며 상상했던 그 장면들을 펼쳐놓은 책 ‘문학 속의 풍경들’은 인생에 큰 의미를 던져주는 불변의 마스터피스 25작품을 다룬다. 책에는 ‘호밀밭의 파수꾼’, ‘안나 카레니나’, ‘작은 아씨들’, ‘빨강머리 앤’과 같은 세계 고전 문학 작품의 주요 무대가 아름다운 색채와 생동하는 듯한 풍경으로 눈앞에 그려진다. 누리아 솔소나의 섬세하고 독특한 터치의 그림은 그동안 잊고 있던 고전 문학의 향수와 어우러지며 또 다른 감동을 가져다준다.
책에는 소설 속 한 문장과 함께 작품의 무대가 된 세계 각지의 장소들, 소설의 탄생 배경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도 함께 실려 있다. 명작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문학 속의 풍경들’은 그림 속의 숨은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작가 겸 평론가인 아나 가랄론은 책에 대해 “책에 실린 25점의 풍경은 언어를 통해 기억을 저장하고 수정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공간이 문학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며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하게 될 다양한 삶의 방식이 녹아들어 있다”고 말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