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선포, 민주주의 역사 역행
의욕 넘쳤던 대한민국 국격 추락
국회·학계 등서 개헌 논의 활발
여야 정치인들만의 소망이 아닌
나라 걱정하는 국민 염원이기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작금의 대한민국 위기를 이처럼 분명하고 확실하게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선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1970·1980년대로 되돌려 놨다. 그는 탄핵소추돼 직무가 정지됐고 내란죄 혐의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의결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무를 정지당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정권 들어 탄핵이란 칼을 29번째 휘두른 결과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을 맡아 격랑 속의 대한민국호를 간신히 이끌고 있다.
그로 인해 세계 10위권 경제국, 세계 5~6위의 군사력,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 등으로 ‘G8’(주요 8개국 모임, 예상) 가입에 의욕이 넘쳤던 대한민국 국격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살얼음판을 걷는 안보와 외교, 경제가 무너지지 않을까 국민은 몹시 노심초사하던 차에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국난’(國難)이 따로 없다.
국난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 정당의 횡포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1987년 체제 혁파를 주장하는 개헌론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각계에서 분출되고 있다. 막강한 힘을 갖는 현행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고 대통령을 견제하는 장치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거대 정당의 막무가내식 입법과 탄핵 남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를 비롯해 여·야 정치인, 시·도지사, 학계, 언론계 등에서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반드시 대선 전 개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18·19·20대 국회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찍부터 개헌 필요성을 밝혔다. 계엄 사태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도 개헌을 역설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안철수 의원 등 여당 의원들도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개헌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주로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국회 상하 양원제와 중대선거구제 등이 총론으로 거론됐다.
헌정회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대선 전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 상·하 양원제 ▲지방분권 신장 등을 핵심으로 한 권력구조 개편을 주창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최근 SNS에서 “지금이 개헌적기”라며 대통령 권한 축소, 국회 중·대선거구제와 양원제, 지방분권 등을 제안했다. 민주당 소속의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최근 “여야가 합의만 하면 개헌은 1~2주만에도 되고, 이번이 개헌의 최고 기회”라고 조속한 개헌을 피력했다.
김영수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신문 기고에서 “87년 체제 효용성은 확실히 끝났다”며 “의원내각제와 국회 중대선거구제를 주요 골자로 한 헌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의 한 유력지의 칼럼니스트도 기고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수술해야 한다”며 “개헌으로 분권과 협치가 없으면 작동되지 않는 제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많은 학자들과 언론인들이 개헌 필요성에 동참하고 있다.
마침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개헌 논의를 빠르게 시작해야 한다’는데 대해 국민 6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야 정치원로들과 헌정회는 1월 14일 재차 모임을 갖고 국민들에게 개헌의 필요성을 전파해 나가기로 했다.
개헌이 여야 정치인들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나라가 잘 되기만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염원이기도 할 것이다. 그날을 고대한다. 적어도 후세들에게 지금보다는 나은 나라를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어서다.
/김창선 前 인천시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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