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앞 확성기 든 尹 지지자들

과천署 신고 출동 ‘기준보다 낮아’

인근 정부과천청사역 인파 혼란

조용한 도시에서 집회지 일대로

16일 오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 공터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16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16일 오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 공터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16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16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있는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일대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날 오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이후 시작된 집회는 이날까지 이어졌다.

집회는 대체로 질서있게 진행됐지만, 집회지 일대는 갑자기 몰린 인파에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집회 차량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집회지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아파트 단지까지 들릴 정도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북과 심벌즈를 치며 ‘탄핵 무효’, ‘윤석열 대통령’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윤 대통령 지지자 집회 열기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과천 공수처 앞으로 넘어오자, 과천 시민들은 당혹감과 함께 불안감을 표출했다. 시민들은 경기남부 지역에서 가장 적은 인구(8만5천여명)와 가장 작은 면적(35.9㎢)을 가진 조용한 도시 과천이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 모습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과천청사 인근 무료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 들어찬 모습. 2025.1.16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정부과천청사 인근 무료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 들어찬 모습. 2025.1.16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집회지에서 약 500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47)씨는 “과천에서 이 정도 규모의 집회는 처음 본다”며 “겨울이라 집안 창문을 닫고 있어서 잘 몰랐는데, 밖에 나오니 집회 소음이 너무 잘 들린다. 물리적 충돌 없이 최대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전날 공수처 인근 녹지에서 한 남성이 분신을 시도한 사건에 대해서도 매우 놀란 모습이었다. 과천에 거주하는 김모(28)씨는 “과천에 20년 넘게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 본다”며 “집회가 점점 감정적이고 폭력적으로 번질까 무섭고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정부과천청사역 안 화장실 앞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모습. 2025.1.16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정부과천청사역 안 화장실 앞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모습. 2025.1.16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일부 주민들은 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시 관계자는 “어제 오후에 집회 소음으로 인한 민원 전화가 있었다”고 했고, 과천경찰서 관계자는 “집회 관련 소음 피해 신고가 들어와 현장에서 소음 측정을 했지만, 기준치보다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내내 집회지 인근 지하철역인 정부과천청사역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추위를 피해 인근 지하철역인 정부과천청사역 안에 앉아 휴식을 취했고, 역무원들은 역내 화장실을 이용하는 이들을 위해 개찰구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

정부과천청사 앞 공터에 들어선 포장마차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줄지어 서있다. 2025.1.16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정부과천청사 앞 공터에 들어선 포장마차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줄지어 서있다. 2025.1.16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오후 5시가 되자 정부과천청사 앞 공터는 푸드트럭, 붕어빵 포장마차를 기다리는 이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한 포장마차에는 ‘탄핵 반대만 무료’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일부는 공터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집회를 바라보기도 했다. 집회지 인근 무료 주차장은 평일임에도 주차할 공간 없이 꽉 찬 모습이었다.

한편, 과천 공수처 앞 집회는 총 6개 단체가 집회 신고를 마쳤으며, 한 단체는 다음달 15일까지 집회 신고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