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尹 체포 관련 기자 답변
경제분야 신인도 부정 요소 아냐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여당에서는 잇달아 국격이 실추됐다는 반응을 내놨다. 나라의 품격이 실추됐다는 것을 국제 관계 속에서 살피면 다분히 부정적 의미로 읽힌다. 과연 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국격’이 추락한 것일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생각은 여당의 국격 실추 비판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창용 총재는 16일 전날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어제 (체포영장 집행을) 계기로 해외에 우리 프로세스가 정상화돼서 과거와 같이 순서 있게 해결될 것이고, 경제 정책은 정상적으로 집행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계속 할 것”이라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이 총재의 발언은 체포영장 집행을 해외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대외 신인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체포영장 집행이 우리나라에서 ‘순서 있게’ 진행되는 정상적인 프로세스 가운데 하나로, 대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긍정적 메시지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체포영장 집행이 경제 분야에서의 ‘국격’으로 해석되는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날 여권에서는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국격 실추 발언이 잇달아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져 국격이 무너진 데 대해 대단히 죄송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또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로 국격까지 실추되는 사태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남겼다.
여권이 지적한 국격 실추는 대내적 의미보다는 다분히 국제사회에서 대외적으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이 총재는 헌법 체계 아래서 경제가 정치와 상관없이 정상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도 정치, 경제 프로세스는 별도로 헌법 체계하에서 잘 진행됐기 때문에 경제적 충격이 제한적임을 설명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한다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가능한 독립적으로 경제가 정치와 상관없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여·야·정 협의회에서도 경제와 정치를 투트랙으로 나눠 경제 정책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 발언이 아닌 경제적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