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새해 첫 금리 연 3%
환율 불안·경기 불확실성 고려해
대출규제·정국혼란 매수심리 위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해 첫 기준금리를 동결로 결정했다. 중소업계에선 환율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반면, 부동산 시장에선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한은 금통위)는 16일 원·달러 환율 불안과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미국 금리 인하 둔화 가능성을 고려해 금리를 연 3%로 동결하기로 했다. → 그래픽 참조
앞서 한은 금통위는 경기 침체 장기화 속 부동산 시장 위축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2월부터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사상 최장 동결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후 10월과 11월 금리 인하를 단행해 연말 기준금리를 3.0%까지 낮춘 바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도 지켜볼 겸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에 따라 (금리 인하 여부를) 판단하는 게 더 신중하고 바람직한 거 아닌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보인다.
미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전망치(3.4%)보다 0.5%p나 높아진 것이다. 현재 금리 수준(4.25~4.50%)을 고려하면 올해 두 번 정도만 더 내리겠다는 뜻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최인방 한국은행 인천본부장은 “당분간은 환율이 안정적인 상태로 자리 잡을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 우세하게 작용한 것”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인천에서 철강 원자재를 수입하는 한 업체 대표는 “고환율로 원자재 비용이 크게 늘어난 터라 당장은 환율이 1천300원대로 떨어지길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국내 경기가 안 좋아 전년 대비 계약 건이 많이 줄었는데, 환율 안정화가 이뤄지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정국 혼란까지 겹치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했지만, 이번에도 동결로 결정되면서 관망세가 더욱 짙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연초 가산금리 인하 등 금융권의 가계대출 재개와 중도상환수수료 하향조정 등이 겹치며 주택시장 여신환경은 개선됐으나, 탄핵정국과 경기 위축, 겨울 비수기가 겹치며 냉각된 주택시장을 녹이기 제한적인 모습”이라면서 “한번 움츠리기 시작한 거래시장과 매매가는 매수심리의 움직임 없이 우상향으로의 방향전환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부동산 거래 회전율의 개선은 적어도 봄 이사 철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이상훈·박현주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