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도용해 반도체 세정장비를 제작하고 중국기업에 수출하려 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박경택)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의 중국계 A회사 대표 B씨와 설계팀장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범행에 공모한 A회사 직원 9명과 관련 법인 3곳은 불구속 기소됐다.

삼성전자 출신 B씨는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설계팀장과 공모해 삼성전자 자회사인 C사 출신 퇴사자에게 세정장비 챔버부(세정장비 내에 구성된 세정 작업이 실제로 진행되는 부분) 도면을 구한 후, 해당 도면을 기초로 새로운 수출용 세정장비 챔버부를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C사의 세정장비 이송로봇 도면을 도용해 새로운 수출용 이송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한 혐의도 받는다.

2023년 5월 B씨와 A사 공정팀장은 공모해 A사가 제작한 세정장비를 구동하기 위한 세부 절차와 방법을 정리한 문서가 필요해지자 삼성전자의 세정공정 문서를 활용해 새로운 문서를 작성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C사는 30여년간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세정기술을 완성했다. B씨 등이 유출해 부정 사용한 기술 자료 중 세정공정 관련 문서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으며, 설계 도면은 첨단기술로 지정된 바 있다.

B씨는 2018년 삼성전자 등에 근무한 엔지니어들을 영입해 세정장비 관련 업체를 설립하고,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의 직접 투자를 받기로 한 후 자신이 설립한 업체의 인력과 기술을 중국 업체 국내 법인에 78억2천만원을 받고 양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중국 업체를 위한 세정장비를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자료를 바탕으로 세정장비 개발을 주도했다. 또한 제작된 시제품 2대 중 1대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2대의 양산장비 제작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중단됐다.

이들은 세정장비를 A사가 자체 개발했다며 범행을 부인했으나, 검찰은 A사 자료에 남은 ‘디지털 지문’ 확인이 가능한 포렌식 기법을 활용해 삼성전자 등 타 업체의 기술이 도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평소 수사에 대비해 가명을 사용하고, 회사를 간판도 없이 운영했다”며 “도면 등 각종 기술자료를 베끼고 난 뒤에는 철저히 삭제했고, 수출된 시제품을 목격한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신고하려 한다는 소문을 듣자 휴대폰을 단체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A사가 중국 본사로부터 수령한 개발자금을 범죄수익으로 압류해 해당 회사의 장비 개발을 중단시켰고, 범죄수익은 환수 조치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