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짜리 소송에도 일률적 착수금
“법률 자문 제공에 제약 작용” 지적
“개인적인 일을 부탁하거나 법률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 아닌데도 자문을 구하는 일부 공무원이 있습니다. 지자체에 유리한 자문만 해달라는 ‘답정너’식 요구도 꽤 있습니다.” (자문변호사 A씨)
“돈을 벌자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자문 건수와 상관없이 월 20만원을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너무 많은 자문 요청이 들어옵니다. 착수금(계약금)과 성공 보수도 매우 적어요. 상당히 복잡한 사건을 맡을 때도 있는데 일률적으로 적은 보수를 받다 보면 자문변호사를 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겁니다.” (자문변호사 B씨)
인천 광역·기초자치단체에 제공되는 법률 자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문변호사의 직무 범위와 보수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시와 10개 군·구는 조례를 제정해 자문(고문)변호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주로 지자체를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을 담당하거나 이의 신청, 행정 심판 등에 대한 법률 자문을 한다.
지자체는 법률가의 도움을 받아 복잡한 행정·민사 소송을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까다로운 법령 해석 등에도 도움을 받는다. 변호사 입장에선 본인을 홍보할 기회를 얻고 특히 청년 변호사는 행정·민사 소송을 진행하며 송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지자체와 변호사 업계가 모두 ‘WIN-WIN’(윈윈)이 되는 제도로 평가된다.
인천시와 일부 기초단체는 1건당 7만~20만원의 자문료를 변호사에게 지급한다. 그러나 건수와 관계없이 매달 20만~30만원의 자문료를 주는 기초단체도 있다.
자문료와 마찬가지로 소송 진행을 위한 착수금과 승소 시 받는 성공 보수도 적은 편이다. 보통 1심 재판은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4개월 이상 걸리고, 길면 해를 넘기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소가가 10억원을 넘는 복잡한 행정·민사 소송이라도 착수금은 수년째 최대 500만원을 넘지 않고 있다.
인천 한 구청 법무팀 관계자는 “예산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보니 몇 년째 착수금 규정을 바꾸지 못하는 건 사실”이라며 “과도한 법률 자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자문료를 건당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중한 업무가 계속되면 청년 변호사들의 지원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국공선변호사회는 최근 ‘지방자치단체 법률 자문변호사 보수 실태조사 결과 보고 및 개선방안 심포지엄’에서 “업무 대비 과소한 보수, 난이도와 건수를 고려하지 않은 자문 등은 지자체에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문변호사 보수 체계 현실화는 단순히 변호사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법치행정 역량을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효율적 방안”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자였던 김도윤 인천지법 국선전담변호사는 “(정부가) 각 지자체에 업무 범위, 자문비, 소송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표준 모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광역자치단체나 정부가 예산이 빠듯한 기초자치단체의 소송 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