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내각제 개헌, 여건상 아직은 시기상조

중간평가 강화하고 지방분권 의지 담아내야

화해와 타협, 정치권의 최대 숙제이자 난제

불붙은 개헌 불씨 잘 살려 보복 정치 끝내자

신원철 인천 연수구 초대·2대 민선구청장·객원논설위원
신원철 인천 연수구 초대·2대 민선구청장·객원논설위원

식민지와 해방 후 사회 혼란, 전쟁, 그리고 굴곡진 현대사를 듣고 본 필자로서는 ‘현직 대통령 체포, 헌정 사상 최초’란 제목의 신문 기사를 바라보는 심정이 참담하다. 좋은 머리를 가진 우리 민족은 우울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고 하지만 왜 반복되는 것일까. 국가의 기본 법칙인 헌법의 문제인지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개헌론이 각계각층에서 확산하고 있다. 1987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헌법은 38년이 지나 그간의 변화된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과거 내각제 개헌이 추진됐지만 고질적인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해 중단됐다. 내용의 타당성과 민주성은 상관없이 제안받는 측에서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무조건 거부해야 했다.

이참에 대통령 중심제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나라의 정치 제도는 그 나라의 역사와 지정학적 위치, 외교, 국방 등 여러 환경을 고려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의원 내각제로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대통령제나 의원 내각제 모두 장단점이 존재한다. 필자의 견해는 의원 내각제로의 개헌은 일천한 민주주의 역사나 대내외적 여건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책임 정치 제도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그것도 강력한 지도자가 아직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양원제 이야기도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볼 때 화합과 타협보다는 편 가르기식 정쟁만 심화할 것이 우려된다.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더욱 성숙해진 다음에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년 중임의 대통령제로 가되 중간평가를 강화하자. 다만 현재의 선거 제도는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식 선거로 전락·고착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국회의원 수를 대폭 축소해 200명 정도로 하고 특권을 배제해야 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국민들이 엄히 나서 압박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의 객관적 목소리보다 당론이 지상 명령인 작금의 정치 풍토라면 100명이든 200명이든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지 않겠는가.

지방분권 의지를 개정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입법권, 재정권 등 실질적 지방분권 시대는 오지 않았다. 정부 권한을 대폭적으로 이양해야 한다. 분권형 개헌을 통해 이번 사태와 같은 충격을 완화하고 국민들의 동요를 줄일 뿐 아니라 중앙과 지방이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부디 좋은 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사태로 불거진 헌법 개정 움직임이 현실화하려면 국민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충분한 협의와 검토, 사례 분석 등이 있어야 한다. 특히 국제사회 변화 등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자기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헌법 개정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한다면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이나 현역 정치인은 배제하고 학계, 교육계, 언론계, 경제계, 노동계, 시민단체, 여성계, 법조계 등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구성해야 한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회의원 재적의원 3분의2 동의와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지만 국민 합의로 추진하는 개헌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체포되는 순간에도 한쪽에서는 적법을 한쪽에서는 불법을 주장한다. 어느 쪽이든 심판이 나겠지만 한 상황을 두고 상반된 주장이 대립한다는 것은 결국 승리하는 자가 판단할 몫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부분이다. 역사는 바뀐다.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언젠가 처지가 바뀐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한쪽에서는 적법을 고수하기 위해, 한쪽은 위법을 고수하기 위해 열심히 갈라치기를 해야할 것이다. 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화해와 타협은 우리 정치권의 최대 숙제다. 그 난제를 풀려면 우선 나 자신부터 돌아보라. 인생이든 정치든 모두 거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같은 갈등이 헌법에서 비롯됐다면 부디 다시 불붙은 개헌의 불씨를 잘 살려 후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보복과 복수의 정치를 이제는 끝내자.

/신원철 인천 연수구 초대·2대 민선구청장·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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