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지위 하락 불안감으로
소득 높을수록 피해자 이념 더 강해
尹 특권의식에 무례한 행동 일삼아
부당하게 희생했다는 망상에 빠져
내란 잔당 소탕해 더 나은 사회 소망
과거 윤석열 대통령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엘리트가 아닌 삼류, 사류들이나 가는 곳이라며 저열한 우월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공수처와 협업하여 체포작전을 성공시킨 경찰에 대해서도 그는 특권의식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검찰개혁 사안에서 ‘어디 경찰이 검사한테 권력을 내놓으라는 거냐’며 낮잡았던 당사자다. 그렇게 업신여기던 공수처와 경찰의 심리전을 동반한 체포작전에 일선 경호원 대부분이 협조하며 강제 구인되었으니 악당의 전형적인 말로가 따로 없다.
윤 대통령의 탄핵 변호인단은 그의 아바타 노릇을 충실히 하는 중이다. 이들은 다른 곳도 아닌 재판정에서 계엄의 필요 여부는 정보가 많은 대통령이 가장 잘 판단하는 것이며 국회, 법원, 헌재는 정보도, 능력도 없다고 일갈했다. 헌법재판관을 마주보면서도 능력이란 단어까지 구태여 집어넣는 데서 윤석열과 동일한 선민사상에 빠졌음을 알 수 있다.
윗물이 추하니 아랫물도 추한 것일까?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된 김성훈 경호차장은 위법한 직장 갑질이 몸에 밴 자였다. 앞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경호처장이던 시절 그의 주관으로 열린 대통령 생일 파티에서 김성훈 당시 기획관리실장은 경호원들에게 낯뜨거운 가사의 헌정곡을 부르게 하거나 ‘윤석열 삼행시’를 짓게 하는 등 업무와 무관한 상관 비위 맞추기 행사를 기획했다. 김씨는 체포 전 인터뷰에서 생일 파티 등에 경호원을 동원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면서 되레 억울함을 토로했다. 친구나 직장 동료의 생일에 파티도 열어주고 노래도 불러주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한국의 또 다른 ‘윤석열들’이 지위를 남용해 서열질을 하다 발각되면 친분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둘러대는 것과 판박이이다.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나 어울리는 찬양 파티를 용인하는 대통령이나 출세를 위해 휘하 직원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간부들이나 일심동체로 한심하다. 우리 사회가 한결 나은 곳이 되려면 경호업무와 무관한 아부성 갑질 행사가 대통령의 비호 속에 벌어진 것만으로도 탄핵에 준하는 심판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수사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다고 억울해 한다. 본인이 피해자라는 것이다. 지위가 높은 자가 잘못을 저지르고 추락할 때 더 큰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피해자 행세까지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러한 심리의 감정적 근원을 알려주는 연구가 최근 발간되었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던 ‘남성 피해자’ 정서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이다.
경제적 하위 계층의 남성이 자신을 성차별의 피해자라고 여길 것이라는 통념이 있다. 하지만 KDI국제정책대학원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소득이 높을수록 피해자 이념을 더 강하게 지지한다. 사회경제적 지위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나 인식이 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모보다 자신의 지위가 하락했다고 보고하는 20~30대 상층 남성에게서 피해자 정서가 가장 두드러지고, 부모와 같거나 더 낫다고 인식한 상층 남성은 이 정서가 가장 약하다. 하층 남성의 경우 지위 하락의 인식에 따른 차이에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 부모의 배경과 자신의 현재 지위가 상위에 있다면 크고 작은 사회경제적 이점과 특권을 누리며 살게 된다. 은연 중에 체화된 특권의식은 그 기대치에 못 미치는 삶을 산다고 인식할 때 피해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물들도록 만든다.
특권의식이 하늘을 찌르는 윤 대통령은 남들이 삼가는 행동을 일상적으로 무례하게 해왔고 위헌적 계엄도 그 연장선상의 사태이다. 그의 세계에선 자신이 무얼 하든 모두가 납득하고 수용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국민적 반발에 부딪혔고 부당하게 희생당했다는 망상에 빠져들었다. 사회학자 킴멜은 스스로를 성차별의 피해자로 여기는 남성의 경우 ‘자신이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었던 혜택이 보이지 않는 크고 강력한 힘에 의해 빼앗겼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는데, 사안은 다르지만 음모론에 심취한 윤 대통령의 심리를 정확히 설명해준다. 윤석열 옹호세력의 아무말 대잔치를 보노라면 인간에 대한 회의감마저 드는 요즘이다. 하루빨리 내란 잔당을 소탕하고 더 나은 사회로 전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장제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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