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 70대 여성 차에 치여 숨져

인근 자원순환시설 찾는 이 많아

“안전히 다닐 수 있는 환경 필요”

70대 폐지수집 노인이 손수레를 끌고 차도 위를 지나가다 차량에 치여 숨진 가운데(1월17일 인터넷 보도), 이 같은 사고의 배경으로 부실한 인도 상태, 인도 위 불법주정차 차량 등으로 평소 폐지수집 노인들이 차도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7시20분께 수원시 권선구 세류중학교 앞 도로에서 폐지가 담긴 손수레를 끌고 가던 70대 여성 A씨가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수원역 방향 편도 3차선 도로의 3차로에서 손수레를 끌고 가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소에도 폐지를 수집해 판매해 왔다는 A씨는 이날도 수집한 폐지를 팔러 가는 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세류중학교 인근 인도의 한 보도블럭이 튀어나온 채 방치돼 있다. 이날 이곳 인근에서 폐지수집 노인이 손수레를 끌고 도로를 지나가다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5.1.17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지난 17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세류중학교 인근 인도의 한 보도블럭이 튀어나온 채 방치돼 있다. 이날 이곳 인근에서 폐지수집 노인이 손수레를 끌고 도로를 지나가다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5.1.17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승용차 운전자 20대 남성 B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를 뒤늦게 발견해 피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손수레를 끌고 간 것은 당시 사고 현장 인근의 인도 상황을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인도 곳곳엔 보도블록이 튀어나와 울퉁불퉁한 상태였다. 더욱이 인도 위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손수레가 지나갈 만큼의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70대)은 “평소 이쪽 도로로 손수레를 끌고 다니던 노인을 본 적이 있다”며 “사망사고가 났다니 안타깝다”고 심경을 전했다.

사고 지점 인근 인도 위에 차량이 불법 주정차돼 있다. 2025.1.17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사고 지점 인근 인도 위에 차량이 불법 주정차돼 있다. 2025.1.17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사고 현장에서 약 350m 떨어진 지점에 자원순환시설이 두 곳이 있어 이곳 일대에는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원순환시설 대표 C씨는 “하루 평균 30~40명의 폐지수집 노인이 이곳을 찾는다”며 “대부분 용돈벌이 하시는 분이 많다”고 했다. 한 폐지수집 노인은 “평소 골목길로 다니는데 오토바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무서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안타까운 사고의 반복을 막기 위해 폐지수집 노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들을 위한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도로는 리어카, 자전거 등이 다니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리어카와 자전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전용도로를 조성하는 등 도로 전반의 상황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폐지수집 노인과 같은 저소득 계층이 충분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