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의자 증거 인멸 염려 있다”

영장 발부후 지지자들 극도로 흥분

경찰과 몸싸움·법원 청사 아수라장

 

윤측 “납득하기 힘든 반헌법” 주장

구속적부심사 등 다각도 대응 방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경내로 진입하자 경찰 기동대원들이 저지하고 있다. 2025.1.19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경내로 진입하자 경찰 기동대원들이 저지하고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구속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7일 만이며,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날 새벽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윤 대통령은 18일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지만, 법원을 설득하진 못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달 3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구속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이날 오전 3시께 서부지법 인근에서 시위 중이던 지지자들이 극도로 흥분,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청사 건물을 테러하면서 이곳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지지자 중 일부는 담을 넘거나 뚫린 법원 후문을 통해 청사에 침입했으며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로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깨부수고 소화기를 집어던지는 등 테러를 이어갔다.

경찰은 구속심사가 열린 지난 18일 공수처 차량을 공격한 자 등을 비롯해 영장발부 이후 난동에 가담한 총 8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 현재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사실상 무법지대가 된 이번 초유의 사태를 두고 추후 큰 후폭풍이 뒤따를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에 모였던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경찰 비공식 추산 1천500명)이 헌법재판소로 행진한다는 소식에 헌재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해 호송한 뒤 첫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후 16·17일 모두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이날 구속 이후 첫 조사에도 마찬가지로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에 20일 오전 10시 출석을 통보한 상황이며 이번 조사에도 불응할 경우 강제연행이나 구치소 방문 조사 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원의 영장 발부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며, 구속적부심사 청구 등을 포함한 대응 방향을 검토 중이다.

그러면서 “납득하기 힘든 반헌법, 반법치주의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법률 자문을 맡은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제 서부지법 영장심사에서 충분하고 설득력 있게 구속의 위법부당함을 소명했음에도 오늘 새벽, 현직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석 변호사는 “대통령이 헌법에서 부여한 긴급권 행사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국가적 비상위기의 실상을 알리고 호소하고자 한 비상계엄 선포행위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사법적 평가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헌법이론의 기본”이라며 “더구나 헌법상 국가최고 지위에 있는 현직 대통령이 한 일을 형법의 내란범죄로 몰아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김형욱·정의종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