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서 모친 밀치고 자택앞 방화

작년 7차례 신고, 접근금지 처분

우발 주장… 강력범죄 우려 구속

“엄마가 형과 저를 차별해서요.”

지난 14일 오후 5시15분께 용인시 기흥구에 사는 40대 A씨가 자신의 집 앞 공터에 불을 질렀다. 평소 A씨의 형 B씨가 오토바이를 주차하는 자리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를 말리는 엄마 C씨 옆구리를 강하게 밀쳐 넘어뜨린 뒤 나뭇가지를 불쏘시개로 이용해 기어이 불을 냈다. 불은 집 밖 창고 건물을 일부 태웠지만, C씨가 대야에 물을 담아 끄면서 다행히 집 안으로 번지지 않았다. A씨가 불을 지른 자리에 논밭과 다른 전원주택이 인접해 하마터면 대형 피해가 날 뻔했다.

범행 직후 경찰에 현행범 체포된 A씨는 “엄마가 어릴 때부터 나를 때렸고, 형과 내가 다툴 때면 형의 편만 들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내용으로 진술했다고 한다. C씨를 밀치고 집 밖에 불을 낸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 정황 증거와 B씨 등의 진술을 통해 A씨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방화 전, 술을 먹고 수차례 “불을 질러버리겠다”는 식으로 B씨 등을 향해 위협을 가했으며, 사건 당일 주취 상태로 1층에서 외부로 연결된 수도 호스를 절단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런 점에 미뤄 A씨가 사실상 계획범죄를 꾸린 것이란 게 경찰 판단이다.

조사 결과 범행 당시 A씨는 상습 가정폭력 사범으로, B씨 등에게 접근할 수 없는 법원의 긴급임시조치 처분을 받은 상황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용인동부경찰서는 이미 수차례 B씨 등으로부터 A씨 폭행 신고를 접수하고, 재발 우려 등을 고려해 임시조치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A씨 상대로 접수된 이런 신고는 7건에 달했다.

용인동부서는 자기소유 일반건조물 방화 및 존속폭행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해 지난 17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 A씨가 임시조치명령을 무시한 채 범행한 점, 향후 대형 강력범죄로 이어질 염려 등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신병처리에 나선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안에 떠는 A씨 가족이 처벌을 원하고 있고, (A씨) 범행 이력을 봤을 때 충분히 대형 범죄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커 구속했다”며 “사회에서 격리될 A씨가 치료감호소에서 재범방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수사기관 차원의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