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 시 운항여부 결정 요소인 선박 크기
‘인천 아이(i) 바다패스’ 사업 효과의 극대화
섬주민 생활 안정 위해 여객선 대형화 절실
서해 최북단에 국가 해줄 수 있는 최소 보답
만약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마을에 한 달에 20일이나 버스가 오지 않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우리나라에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곳이 있다. 바로 백령도·대청도·소청도다.
대한민국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대청·소청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여객선이다. 그런데 백령도에서 오전에 출항하는 ‘백령~인천항로’ 여객선은 작년 11월에는 17일, 12월에는 20일 결항되었다. 이에 비해 오전에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백령도를 향해 출항하는 ‘인천~백령항로 여객선’은 11월에 10일, 12월에 13일이 결항되었다.
백령도에서 출항하는 배보다 인천에서 출항하는 여객선이 한 달에 7일이나 결항일수가 적은 것이다. 이런 차이는 선박 크기로 인해 발생한다. 백령~인천항로를 운항하는 코리아프린세스호는 총톤수 534t(정원 448명)인 반면 인천~백령항로를 운항하는 코리아프라이드호는 1천650t(정원 556명)이다.
222㎞에 달하는 장거리 항로인 백령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은 기상이 안 좋은 날이 많은 겨울철에 특히 결항이 잦다. 선박의 크기는 기상 악화 시 여객선의 운항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요소다. 옹진군이 주민들과 함께 인천~백령항로에 결항률을 더 낮출 수 있는 2천t급 이상 대형여객선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제는 인천~백령항로 뿐 아니라 백령에서 오전에 출항하는 여객선의 대형화도 본격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할 시기가 되었다. 백령 오전 출항 여객선의 대형화에는 두 가지의 절실한 이유가 있다.
첫째, 섬 주민의 생활 안정화다. 여객선이 결항될 때마다 수많은 방문객들의 발이 묶이고 불편을 겪게 되지만 누구보다 가장 큰 고통을 받고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다. 백령~인천항로는 상대적으로 섬 주민들의 이용 비율이 높은 생활항로 성격이 강해 결항 시 주민의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오전 출항 여객선의 운항이 통제되면 예약한 병원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은행 등 금융기관 마감 시간 이전에 업무를 보지 못하는 등의 일상생활 불편뿐 아니라 소중한 가족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까지 발생하곤 한다.
둘째, ‘인천 아이(i) 바다패스’ 사업 효과의 극대화다. 인천시와 옹진군이 올해 1일부터 시행 중인 ‘인천 아이(i) 바다패스’는 인천지역 모든 항로의 여객선을 버스요금인 1천500원으로 이용할 수 있어 섬 방문객을 늘리고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가히 혁명적인 해상교통 정책이다. 이 사업이 시작된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인천시민과 타 시도민 승선권 예매객은 5천7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천204명보다 35.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객선의 수송능력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그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객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면 현재 운항되는 선박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최근 수도권에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같은 대규모 교통혁명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새 철도 노선과 도로가 개통되고 있다. 하지만 여객선이 유일한 교통수단인 서해 최북단 백령도·대청도·소청도 주민들에겐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서해5도 지원 특별법’ 제20조와 대통령령 제1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백령에서 오전에 출항하는 여객선의 손실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제21조는 접경지역 주민의 교통편의를 위하여 접경지역에서 운항하는 선박의 건조 등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 ‘해운법’상 여객선 운항과 관련된 모든 권한과 책임은 정부에 있다. 지방자치단체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지만 옹진군은 2023년 운항이 중단된 백령항로 대형 카페리선의 도입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중앙정부의 지원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백령항로 여객선의 대형화를 지원하는 것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서해 최북단 영토를 수호하며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6천여 백령·대청·소청 주민들에게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일 것이다.
/문경복 인천 옹진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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