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단계·9월 실시… 수시·정시 통합전형
영어듣기 폐지, 논·서술형 평가제도 확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고 서술형·논술형 평가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된 대학입시 개혁 방안을 내놨다.
21일 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열린 ‘교육본질 회복을 위한 미래 대학입시 개혁 방안’ 기자회견에서 임 교육감은 “지금과 같은 수능 제도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수능에서 1점 차이가 일생을 바꿔놓는 이러한 제도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교육감은 “표준 단계다, 상당히 우수한 단계다 등 이런 정도의 절대평가 기준이면 대학에서는 그것을 기초로 해서 구체적으로 자기 전공 분야를 얼마나 준비할 준비가 돼 있는가, 잠재력이 있는가를 평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육감은 “수능은 5단계 절대평가를 통해서 자격시험의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며 “학생들의 창의력, 문제해결력, 또 자기 주도적 사고 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논·서술형 평가제도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도교육청이 발표한 미래 대학입시 개혁 방안에 따르면 2032학년도 수능부터 5단계 절대평가를 도입한다. 도교육청은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과도한 경쟁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2032학년도 수능부터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며 채점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단계별 채점 시스템을 도입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채점 시스템과 수능 전문 평가단의 채점 등을 통해 채점의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수능에서 실시하고 있는 ‘영어 듣기평가’도 전면 폐지하겠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계획이다. 이미 영어 수업이나 수행평가에서 듣기 영역으로 충분히 학습하고 있고 수능 영어 듣기평가 시간에 항공기 이착륙을 전면 금지하는 등 과도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수시와 정시모집을 통해 선발하는 대학입시 전형도 통합하겠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생각이다. 수시와 정시의 분리 모집은 학생들에게 대학지원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내신 평가, 학교생활기록부, 수능 성적을 종합해 선발하는 통합전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유발하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수능 100% 선발’ 전형도 축소할 계획이다.
수능 시험 시기도 현재보다 2달가량 앞당겨 9월에 실시하겠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계획이다. 이를 통해 3학년 2학기 성적을 대입 평가에 반영, 학생들이 고교 졸업 직전까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수능 체제 개편과 동시에 2026학년도 중학교 신입생부터 논술형·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7월 ‘미래 대학입시 개혁’을 위한 특별전담기구(TF)를 구성하고 대학입시 개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도교육청 차원의 대학입시 개혁 방안은 제시됐지만, 실제로 이같은 계획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도교육청은 향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미래 대학입시 개혁 방안을 토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등과의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이 내놓은 대학입시 개혁 방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임 교육감은 “교육의 본질이 회복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 교육계 이견은 없다”며 “이 문제는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굉장히 필요하기 때문에 언론과 정치권에서 (많이) 다뤄줬으면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문제에 대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