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만원씩 공제 밑천… 12번 버스 기사들과 봉사”
장봉혜림원서 일한 경험 바탕 활동
보라매보육원 등 관내시설 무료 급식
올 겨울 1천만원 들여 750포기 김장도
“서로 이익을 따지지 않고 다 함께 실천하는 ‘나눔’을 이어가겠습니다.”
인천의 미추홀교통(옛 선진교통) 12번 노선 버스 기사들이 모여 만든 봉사단체 ‘미추홀회’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10년째 이웃과 나눔을 지속하고 있다. 과거 12번 버스 기사 50여 명이 모여 시작했던 미추홀회는 시간이 흐르며 기사들이 은퇴해 현재는 20여 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봉사에 대한 애정만큼은 전과 변함없다.
미추홀회에 소속된 12번 버스 기사들은 매달 월급에서 ‘1만원’씩 자동 공제해 분기별 봉사활동의 밑천으로 활용한다. 그래도 부족한 돈은 버스 기사들의 지인 등에게 도움을 받아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미추홀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춘행(59)씨는 2016년 미추홀교통에 첫 입사했다. 인천 옹진군 북도면 출신인 그는 과거 자신의 고향인 장봉도에 있는 장애인지원 시설 ‘장봉혜림원’에서 일했다. 당시 경험은 이씨가 버스 기사가 된 후에도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됐다.
이씨는 “부천 혜림원에서 살던 장애 아동들이 성인이 된 후 거주할 곳이 없어 1985년 장봉혜림원이 문을 열었다”며 “장봉도가 고향이어서 자연스럽게 혜림원에서 10년 정도 일했다. 이후 자영업을 하다가 버스 기사라는 직업을 얻었는데 마침 사내에 새로 생긴 봉사단체가 있어 활동을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미추홀회는 급식봉사를 주로 진행한다. 이씨가 과거 일했던 장봉혜림원을 비롯해 소규모 장애인 독립 공동체인 그룹홈, 지역 아동복지시설인 보라매보육원 등에 매년 음식을 직접 만들어 나누고 있다. 이씨는 “여름에는 삼계탕, 가을과 봄에는 삼겹살과 짜장면 등을 만들어 12번 버스 기사들이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한다”며 “이번 겨울에는 처음으로 김장 나눔까지 했다. 김장 나눔을 해보니 다른 음식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었지만 받는 분들 만족도가 높아 다행이었다”고 했다.
미추홀회가 올 겨울 사회복지시설 등에 나눔한 김치는 모두 750포기, 소요 비용만 1천만원에 달했다. 20여명의 버스 기사들의 기부만으로는 금액이 부족해 다른 봉사단체와 백령도 자영업자들, 군부대 관계자 등이 힘을 모았다.
이씨는 12번 버스 기사들의 미추홀회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교대 근무를 실시하는 버스 기사들 특성상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는 게 쉽지 않지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하고 있다”며 “올해는 미추홀회를 정식 봉사단체로 등록해 좀 더 체계적인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