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초등생 아들 숨진채 하루 뒤 신고, 이송된 병원서 정황 발견
구청, 두 동생 즉각 분리 “이전 신고 없어”… 인천청, 상습학대 집중수사
인천 연수구에서 초등학생이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상습학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6일 오후 인천 연수구 자택에서 초등학생인 아들 B(11)군을 둔기 등으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다음 날인 17일 오전 4시46분께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B군은 출동한 소방당국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소방당국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은 경찰은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해 병원에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B군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외상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했다. A씨도 경찰 조사에서 “아들을 훈계하려고 때렸다”며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문제집 못 풀면 혼나” 학대 피해 징후 없었나
인천 연수구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B군은 영재학급에 편성되는 등 학업 성적이 우수했으며 교우 관계도 원만했다고 한다.
다만 담임 교사는 “문제집을 다 풀지 못하면 아빠한테 혼난다”고 고민을 털어놓은 B군이 염려돼 상담을 진행했으며, A씨 등 부모와도 이 문제로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경인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담임 교사가 부모와 전화 상담 중 아이를 때리는 등 학대를 하면 안 된다고 당부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담임 교사는 이후 B군을 눈여겨봤으나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징후는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을 안다는 한 초등학생은 “(B군이) 학교에서 ‘숙제를 안 하면 집에서 혼난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고 말했다.
■경찰, 다른 두 자녀 즉각 분리 조치 후 수사 확대
A씨는 첫째인 B군 등 모두 세 자녀를 둔 가장이다. 경찰은 그의 범행이 이뤄질 당시 다른 자녀들도 함께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연수구청은 B군이 아동학대로 사망했다는 경찰 측 연락을 받고 해당 가정을 방문해 자녀 2명과 어머니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또 B군의 두 동생을 즉각 분리 조치 일환으로 따로 사는 친족에게 인계했다. 어머니에 의한 학대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조치다. 구청 관계자는 “그동안 B군과 관련한 아동학대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B군이 상습적으로 학대를 받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다른 자녀들의 학대 피해 여부도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어머니 C씨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그가 A씨의 학대를 방조했는지, 학대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B군 폭행 당시 상황이나 어머니 C씨의 학대 여부 등 구체적 내용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정운·조경욱·정선아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