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길, 기름 마저 ‘바닥났다’
경기 불황 부담 큰 설 귀성에 치솟는 유류비 한몫
국제유가 상승으로 당분간 국내 오름세 지속 될듯
오산에 사는 강모(48)씨는 이번 설에 고향을 가야할지 망설이고 있다. 경기 악화로 두손 무겁게 갈 수 없는 처지인데 덩달아 기름값까지 치솟고 있어 고향에 다녀오는 비용이 부담돼서다.
강씨는 “오산에서 고향인 담양까지 270㎞에 달해 차가 막히지 않아도 휘발유 차량 기준 왕복 8만원 가량 드는데 기름값 상승과 정체까지 고려하면 적지 않게 늘 것”이라며 “부모님께 양해를 구해 차라리 용돈을 더 드리고 나중에 선물과 기름값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그때 찾아뵐까 생각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원에 사는 이모(36)씨는 연일 오르는 기름값에 설 명절 고향길이 달갑지만은 않다. 이씨는 “몇달 전만 해도 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500원대였던 것 같은데”라며 “거리에 버리는 비용이 너무 아까워 명절이 지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와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공행진하는 기름값(1월15일자 12면 보도)이 꺾이지 않고 더 치솟으면서 설 명절 귀성객들의 낯빛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경기도 ℓ당 평균 휘발유 가격은 1천730원, 경유는 1천588원으로 한 달 전 대비 각각 65원, 81원 올랐다.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이어진 우상향 그래프는 지난달 들어 기울기가 더 가팔라졌다.
미국의 러시아 에너지 기업 제재 여파로 공급우려가 확산되면서 원유 가격이 올랐고, 국내 정국 혼란으로 환율마저 크게 올라 달러당 원화 가치가 떨어져 국내 판매 가격이 더욱 뛴 것이다. 게다가 최근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는 추세라 국내 주유소 기름 값의 오름세는 설 명절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당분간 기름 값은 오를 것”이라면서 “다만 중동의 긴장 완화는 유가 하락의 요인이어서 향후 등락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