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서 “전세계 존경받게 될것”
국제 사회 ‘우선주의 대응’ 과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 예고
‘북한은 핵 보유국’ 언급도 민감
“미국의 황금시대는 지금 당장 시작된다.”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미국은 다시 번영하고 전 세계에서 존경받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 우선주의’와 마주한 한국은 어떤 태도를 취하며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는 “임기 중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당장 국방분야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서 본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성공을 우리가 승리한 전투뿐 아니라 우리가 끝낸 전쟁,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에 의해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맺고 2026년 한국 방위비 분담금을 1조5천192억원으로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대선 기간 중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부르며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고 지칭한 것도 한국 사회에 파장을 줬다. 그는 ‘퇴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위협을 지목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들은 그게(북한이)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뉴클리어 파워다”라고 했다. 한미 양국이 장기간 유지한 ‘북한 완전 비핵화 전략’에 변화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핵 보유를 인정하는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 state)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언급한 게 단순히 북한이 군사적으로 핵 능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한 것인지, 핵 보유국이라는 정치·외교적 인식을 바탕에 두고 발언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북한이 실질적 핵 위협 능력이 있다는 차원에서 핵 보유국이라고 지칭하는 것과 정치·외교적으로 공식 인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미국 우선주의는 통상과 국내 정책에 있어서도 예외일 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대거 뒤집으며 미국 우선주의를 선명하게 제시한 점이 그렇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차단책도 강화했다.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군대를 배치하는 한편, 서류 없이 입국한 외국인의 심사 대기 기간 중 미국 내 체류를 불허하기로 하는 등 강경한 불법 이민 차단책을 발표했다. 그는 “수많은 범죄자 외국인을 그들의 출신지로 돌려보내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불법 체류자 추방 정책 시행을 예고했다.
미국 워싱턴DC/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