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학교 현장도 도입 찬반 의견 나뉘어 혼란
교육부가 추진하는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정책이 방향성을 찾지 못함에 따라 경기도교육청도 정책 추진의 방향을 잡지 못하며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AI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교육부가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교사들 사이에서 디지털교과서 찬반 도입 의견까지 나뉘며 정책 추진이 갈수록 안갯속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AI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재의요구권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해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해당 법안은 국회에서 재표결된다.
교육부는 지난 21일 “지난 2년여 간 2025년 3월 현장 적용을 위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민간 등에서 많은 준비를 진행해 온 가운데 갑작스러운 법적지위 변동으로 학교 현장 등에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 우려되기에 국회에 다시 한번 논의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수업하는 AI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로 활용하려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시 재정적 부담과 학생들의 디지털 학습환경 적응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은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3월에 학기를 시작해야 하는 도내 학교 현장은 어수선하다. 오산의 한 고등학교 교감은 “우리학교의 경우 디지털교과서 선정은 했지만, 이를 시범 운영할 것인지 전면 도입을 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빨리 결정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혼란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욱이 교사들 사이에서도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찬반 의견이 갈리며 AI디지털교과서는 현재 교육계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도입 찬성 측은 AI디지털교과서가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재범 용인 풍덕초 교사는 “이미 사교육 시장에서는 유사 서비스를 약 10만원대 후반에 제공해 학습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흥미를 고려한 맞춤형 학습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사는 “문제가 있더라도 교육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면, AI디지털교과서는 도입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반면 도입 반대 측은 아직 AI디지털교과서가 사전에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아 학교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천경호 성남 보평초 교사는 “AIDT(AI디지털교과서)는 지난달에야 학교 현장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아직 아이들과 수업을 해 보지 못했고 개별학습이 아닌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 상호작용에 AIDT가 어떤 기능을 보여줄 수 있을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며 “기대와 달리 일부에서는 교과 보충학습 교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높다”고 했다.
올해 AI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관련, 328억여원에 달하는 예산을 책정한 도교육청은 교육부의 교통 정리만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서 지원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국회 상황 등을 보고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고] 조재범 용인 풍덕초등학교 교사·교사크리에이터협회 이사
교육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AI디지털 교과서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이미 사교육 시장에서는 유사 서비스를 약 10만원대 후반에 제공하며 학습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이는 공교육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함을 시사한다.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면 학생들에게 분명한 이점이 있으며, 무엇보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흥미를 고려한 맞춤형 학습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디지털 과잉이나 중독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면이 있다. 우선 교과서 콘텐츠 자체가 유해하지 않으므로 중독보다는 ‘몰입’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또한 교실 안에서 교사의 지도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학생이 방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교사는 학생 수준에 맞춰 AI디지털 교과서를 재구성하고, 필요한 학습량만 활용한다. 이처럼 교사의 안내가 뒷받침되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학생의 적극적 참여와 자기주도적 학습을 장려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문제와 논란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교육현장에는 이를 해결하고 발전시킬 힘이 있다. 20년 전 나이스(NEIS) 도입 당시에도 개인정보 유출과 빅브라더 등에 대한 우려가 거세 거부 운동까지 일어났으나, 개선과 보완을 거치면서 이제 교육행정에 필수불가결한 도구가 되었다.
AI디지털 교과서 또한 초기 시행착오와 논란이 있더라도, 교육적 효용이 크다면 도입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특히 학습 격차 해소와 공교육의 질적 향상 측면에서 AI디지털 교과서는 매우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사는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피드백과 보충지도를 제공함으로써 학습 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
결국 문제가 있더라도 교육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면, AI디지털 교과서는 도입되어야 마땅하다. 바로 이것이 지금 AI디지털 교과서를 말하는 이유다.
[기고] 조재범 용인 풍덕초등학교 교사·교사크리에이터협회 이사
웹 전시본 AIDT를 써보신 적 있으신가요? AIDT는 학생 개개인이 주어진 문제를 잘 풀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의 음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AIDT가 인식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면 자꾸 엉뚱한 대답을 내놓습니다. AIDT 1권의 연간 구독료는 최저 4만 5천원으로 책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서책형 교과서는 1만원 정도 합니다. 그런데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얻으면 AIDT 4만원 5천원, 서책형 교과서 1만원 도합 5만 5천원의 교과서 비용이 교육예산에서 줄어듭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구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2025년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둔다고 합니다. 현장교사들이 AIDT의 교과서 지위 부여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 외에도 참 많습니다. 시범학교나 디지털 선도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학업성취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학생의 주의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교과 흥미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학생의 사회정서역량에는 어떤 영향을 보이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의약계에서는 신약개발에 약 10~15년이 걸립니다. 부작용과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무작위 대조군 실험을 반복적으로 실시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충분한 사전실험을 통한 검증 없이 전면 실시한 후에 그 혼란과 부작용을 온전히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떠안습니다.
AIDT는 지난 24년 12월에야 학교 현장에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아이들과 수업을 해 보지 못했고, 개별학습이 아닌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 상호작용에 AIDT가 어떤 기능을 보여줄 수 있을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기대와 달리 일부에서는 교과보충학습교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높습니다.
이처럼 완성도조차 수준미달인 AIDT 정책에 교육부는 기존 교과서의 약 다섯 배 이상에 달하는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여 세계 최초의 AIDT 도입 국가라는 허명을 얻는 데에만 집중할 뿐, 공공기관 최저건축비로 학교를 지어 아이들이 불필요한 소리자극을 억제하느라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AIDT에 교과서의 지위가 아니라 교육자료로서의 역할을 부여하여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고 학교 현장의 혼란을 줄이려는 이유입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