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 정치부 기자
이영선 정치부 기자

“나라가 걱정돼서 나왔어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탄핵 촉구 집회에서 만난 시민들은 “어떤 이유로 집회에 나오셨나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의 시민들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탄핵의 찬반을 떠나서 집회 현장에 나온 시민들은 자신만의 애국심을 갖고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인터뷰한 시민은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에 젖어있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용산 대통령 관저로 왔을 때,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함께 싸우겠다’는 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정국이 시작된 이후 서울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용산 관저에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집결하면서 점차 과열됐다.

결국, 윤 대통령 구속 영장이 발부된 후 흥분한 일부 지지자들은 서울서부지방법원 담을 넘고 유리창을 깨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 중에는 극우성향 유튜버들도 포함돼 판사 사무실 등을 파손하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송출됐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극우·보수성향 유튜버 슈퍼챗 수입 상위 7개 채널 중 6개의 지난해 12월 슈퍼챗(채팅을 통한 후원) 수입은 한 달 사이에 2.1배로 늘어났다. 일부 유튜버들은 슈퍼챗을 유도하면서 가짜뉴스를 언급하거나 군중심리를 자극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당시에도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지속해 열렸다. 광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건전한 의사 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광장이 존재하는 이유다.

검찰과 경찰은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선동한 유튜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번 탄핵 정국을 계기로 국민들의 애국심 뒤에 숨어 이익을 챙기는 자들이 사라지길 소망해 본다.

/이영선 정치부 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