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성남분당갑)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현재 경기지역 여당 최다선(4선) 의원이다. 잠재적 대권 후보인 그는 야당이 주도한 채해병 특검과 대통령 탄핵소추안, 내란특검법을 두고 당론을 따르지 않고 민심을 중시하며 소신을 고수해 왔다. 당내에서 때때로 독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인물로 지적 받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지연 문제와 사법부의 공정성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인일보는 새해를 맞아 지역 정치인들과 인터뷰를 통해 주요 정치 이슈와 각종 현안을 살펴본다. 다음은 안 의원과 일문일답이다.
절차상 하자·비상사태 의문 ‘탄핵 찬성’
내란특검법 재의결, 당 위해 찬성 표결
“미국에 꼭 핵추진 잠수함 요구해야”
나빠진 경제, AI·민생경제 추경 필요
■정치 이슈
-21일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나와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배경을 설명했는데 어떻게 보았나
“저는 탄핵 찬성이다. 두가지 이유에서 헌법 위반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나는 헌법 77조 계엄 규정에 있는 전시나 사변, 국가비상사태에 해당되는 때 군대를 동원해 국정을 안정시키는 게 계엄 목적인데, 과연 그때 국가 비상사태였나. 사실 대통령께서 총선 민심으로 과도하게 야당이 많이 당선되다 보니 국정 운영에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민심이지 비상사태라고 보기는 좀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 그러면 사실 대통령은 야당의원 불러 설득하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두번째는 계엄절차다. 계엄선포하면 즉각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이 반대하면 해제된다. 즉 계엄이 성립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고 나서 그때부터 실제로 계엄이 되는 거다. 근데 실제로 일어난 일은 군대를 동원하고 헬기가 착륙하고 실탄을 준비해서 유리창깨고 군인 침입했다. 경찰이 국회의원 진입을 막고 들여보내지 않았다. 당연히 들어가야 표결에 참여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이런 것들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그래서 저는 찬성 투표를 한 것이다.”
-야당이 발의한 내란특검법 등에 소신투표를 해 왔는데, 이로 인한 거부감도 보인다. 어떻게 극복하겠는가.
“견고한 대통령 지지층 30% 정도가 뭉쳐있다. 이대로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외려 이분들이 제일 우려하는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원인제공을 할 수밖에 없다. 30%의 강한 지지자 뿐만 아니라 합리적 보수, 중도가 합쳐야 우리가 대선에서 이긴다. 우리당이 계엄옹호당이다 낙인찍히면, 30%은 좋아하지만 중도는 얻을 수 없다. 그러면 제일 두려워하는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허용하는 꼴이다. 그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부가 내란특검법 재의요구할지 관심이다. 당내에서는 특검법 무용론도 나오는데.
“민주당이 지금 의결된 제3자 특검추천안, 수사항목 축소된 내란특검안을 일찍 냈더라면 차라리 통과될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재판이 시작일이 다가오니 특검을 할 필요가 없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너무 늦었다.”
-재의결에서는 어떤 표결을 할 것인지.
“제 목적은 단순하다. 우리가 계엄옹호당이 안돼야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것이 제 신념이다. 우리 당을 위해 찬성할 생각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파워’라고 언급했다. 그 의도가 무엇이라 보시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이상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뉴클리어파워(nuclear power)라고 했지 뉴클리어웨폰스테이트(nuclear weapon state)라고는 안했다. 이전에는 가지고 있는데도 무시했다면 이제는 가지고 있음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이 그렇게 하면 한국도 거기에 해당되는 대응력을 가질 수 있고, 가지도록 미국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꼭 요구해야 할 것이 ‘핵추진 잠수함’(nuclear submarine)이다. 디젤잠수함은 한달에 두 세번은 물 위로 올라와야 해서 위치를 노출시킨다. 사실상 잠수함으로서 기능을 못한다고 봐야 한다. 핵 추진 잠수함은 몇달, 몇년이고 바다속에 있을 수 있다. 두번째로 필요한 것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 핵 농축시설을 받아와야 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농축하면 볼륨이 줄어 임시 저장이 가능하지만, 그 부산물로 플루토늄이 나와 원자탄 제조를 우려해 막고 있다. 하지만 일본처럼 우리도 이에 대한 허락을 받아야 한다. 세번째로는 차관보급인 핵협의그룹(NCG)을 NATO의 핵계획그룹(NPG)처럼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미국의 핵을 같이 상의해서 이용하면 된다. 핵무장을 하려면 NPT를 탈퇴해야 하는데, 그럼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가 국제 제재를 받게 된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추경과 관련해 국회와 협의할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추경이 어떤 방향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직무실 책상 자료를 집어들고) 경제지표들이 굉장히 나빠지고 있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면, 지난해 2월 100.1이었다가 한달 뒤부터 99.8로 낮아지고 지난해 11월에는 97.6까지 떨어졌다. 경제는 심리라고도 하는데 굉장히 안 좋은 사인이다. 동행지수는 100이 넘으면 경제활성화 기대, 100이하는 경기위축 예상이라고 본다. 수입물가도 환율로 인해 2.8에서 7.0으로 갑자기 뛰어오른다. 이게 국내 물가에 굉장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안 의원은 여러 지표들을 계속 설명했다.) 다른 경제적 여건이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간다는 건 굉장히 심각하다. 이거 극복하는 게 관건 중에 하나다.”
“예산은 민생경제와 AI부분이 불충분해 추경이 필요하다.”
국민전체 아닌 야당 대화상대, 총선 참패 원인
반이재명 결집 지지율… 계엄 정당성 고집 안돼
한국은 5년 왕정… 4년 중임제, 권한 이양해야
조기대선 여당의원 발언 자제… 헌재 판단따라
■선거
-지난 총선에서 21대에 이어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은 경기·인천에서 참패했다. 그 이유는 뭐라 보시나.
“여당과 야당의 역할이 다른데, 선거전략에서 잘못됐다고 본다. 야당은 대화상대가 여당이다. 여당은 대화상대가 야당이 아니고 국민 전체다. 총선에서 미래에 어디 투자해 청년일자리를 만들겠다, 새로운산업을 만들겠다는 얘기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총선 전략을 보면 대화상대가 야당이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여야가 서로 싸우고 국민을 바라보는 당이 없다. 우리 삶이 어려운데 우리 민생은 누가 책임지나라고 묻는다. 원망은 여당에게로 돌아온다. 게다가 대통령이 의정갈등을 증폭시켜 굉장히 나쁜 영향을 줬다.”
“지금도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대통령 내란죄 수사는 수사기관에 맡기고, 우리는 정말 국민의 삶, 민생경제, 정부가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공무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도록 돌보고, 트럼프 시대 외교에 손빠르게 대처하는 것 등을 챙겨야 한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저는 그게 불행하게도 우리 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반이재명 세력의 결집’이라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는 의견들이 다 모여 있는 것이어서 나중에 실제로 대선으로 들어가게 되면 강경한 입장만 고수하고 계엄은 정당했다고 계속 주장하기보다는 이분들까지 다 포용해야 정권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치권에서는 개헌을 제기한다.
“개헌 해야 한다. 특히 권력구조를 두고 논의가 진행되는데, 세가지 논의가 진행된다.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4년 중임제 정도다. 의원내각제는 국회의원 신뢰도가 너무 낮아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본다. 이원집정부제는 윤석열 대통령-이재명 총리를 생각해보라. 맨날 싸워 국정운영이 불가능 할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4년 중임제인데,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을 보고 제왕적이라고 안 하는데,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이라 한다. 왜 그러냐면, 미국 대통령은 행정권력만 갖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은 5개의 권력을 갖고 있다. 행정권에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 입법권도 있다. 미국은 의회에서 거부하면 인사를 할 수 없다. 예산도 감사도 입법도 그렇다. 다시 말하면 한국은 5년 왕정이다. 4년 중임제를 하며 5개의 권한 중 2개 혹은 3개 권한은 이양해 축소해야 한다.”
“입법부도 과도한 권력을 갖고 있다. 탄핵이라는 권한을 독립 헌법기관이 된 감사원을 거쳐 사전심사를 받고 하는 등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선 첫해에는 국정철학을 펼칠 수 없다고 해서 이슈블랙홀인 개헌은 잘 안하는데.
“새로 당선된 대통령이 또 감옥가게 될 것이다.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대한민국을 위해서 사명감을 갖고 꼭 해야 한다.”
-조기대선이 이뤄질 경우 의원님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저는 기본적으로 여당의원은 조기대선 가능성에 대해 말을 하거나 출마선언하면 안 된다고 믿는다. 여당 의원이 대통령의 탄핵을 바라는 건 말이 안되지 않나. 저는 국회의원 신분이고, 인공지능특위 위원장으로서 산업발전과 일자리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하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서면 거기에 따라 움직이겠다.”
-국민의힘 인공지능특위는 어떤 곳인가.
“제가 특위 위원장이 두 번째다. 처음 맡은 것은 지난해 9월 딥페이크 특위다. 12명의 위원이 배정됐다. 복잡한 문제라 이게 정리가 될까 걱정하더라. 그런데 이건 제가 잘하는 일이다. 한달만에 끝냈다. 6개 부분 개정안내고, 13개 정도 사업을 정부로부터 받아서 그것을 전부 예산에 반영했다. 민주당 특위가 상견례만 하고 끝난 반면 성과를 내서 우리 지도부도 놀랐다. 저 나름대로 제가 일하는 걸 아마 처음 본 모양이다.(웃음)”
“그러다 보니 이번엔 정말 중요하고 장기적인일, 인공지능특위 위원장을 맡으라며 의원도 15명을 배정해 줬다. 지금까지 2번 회의 했는데, 첫 회의에서 담당분야를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딥러닝·인재육성 등 4분야로 나눴다. 두번째 회의했을 때는 15개 정부 부처에서 모두 참석했다. 당 특위 회의에 이렇게 많은 정부부처가 온 것은 처음이라더라. 인공지능이라는 게 관련 안되는 부처가 없으니 당연하다. 3차 회의는 설 지나 바로 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소위도 각각 움직이고 있다. 1소위는 하드웨어 제작하는 대·중소기업을 모두 다녀왔다.”
-올해를 ‘의료정상화의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셨다. 의료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이 잘못됐나.
“학생과 전공의가 지난해와 올해 모두 안 돌아오고 있다. 바로 어제인 일요일까지 전공의 모집이 끝났는데 지원자가 없다. 학생들 말을 들어보니 복학 안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그대로 두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정부가 나서서 정부와 의료업계와 여야가 함께 모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거기에 나설 계획이다. 충분히 같이 논의해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랜 기간동안 의료가 내리막길로 가 망가질 것이다.”
국제항공기구 방문해 고도제한 완화 요구
야탑동 이주단지, 국토부에 대체부지 제시
■지역 이슈
-지난 추석 연휴 기간인 ICAO를 방문, 사키타노 의장을 만나 현행 고도제한 국제기준의 미비점에 대해 논의했는데 이번 설 연휴에는 어디로 가실 계획이 있는가.
“ICAO가 민간공항 담당이고, 서울공항은 군공항이라 딱 들어맞지는 앉지만, 민간표준이 군사표준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ICAO 민간표준이 완화되면 군사공항동 완화 압력을 받는다. 가서 두가지 주장을 했다. 반드시 완화된 규정을 만들어줄 것과 뒤로 미루지 말고 반드시 올해 개정안을 발표해 달라는 것이다.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
“이번 설에는 다른 외국 일정이 없다. 대통령 탄핵재판에 수사가 진행중이라 국정을 살피기 위해서라도 외국에 나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요즘 읽는 ‘넥서스’를 마저 읽고, 안중근 의사에 대한 영화 ‘하얼빈’을 볼 생각이다. 저는 안 의사의 26대손이다.”
-신도시 재건축이 선도지구부터 시작되면서 이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야탑동에 재건축 이주단지를 만드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는가. 반대 입장을 밝히셨지만, 이러다가 분당 재건축 문제가 더 꼬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 대안은 뭔가.
“야탑동 재건축 이주단지 문제는 국토부 발표 때 저도 처음들었다. 지역구 국회의원에게도 말을 안 한 것이다. 당연히 문제가 있다. 17일에 발표났고, 그 다음날 바로 국토부 국장을 불러 이 부분은 안된다고 하고, 대체부지 물색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시와 얘기해서 대체부지를 찾아 국토부에 제시했다. 국토부에서 검토하고 있고, 문의해보니 설 전 후 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다.”
-의사, 사업가, 이젠 정치 입문 10년 넘어. 초창기 안철수와 지금의 안철수,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제 초심은 똑같다.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가지다. 대한민국이 부강하게 되는 것, 국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 방법들이 헌법과 법률에 다 녹아 있다. 그래서 제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제가 목적한 것을 달성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했고,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뷰 진행 정의종 기자
-정리 권순정 기자
/정의종·권순정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