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살률 OECD 국가 1위

명절 앞두고 외로움에 더 증가해

정국혼란·경기침체 불안정성 심화

마크 맨슨, 공감·배려 공존가치 제시

함께 즐거움 나누는 따뜻한 명절되길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일본의 한 대학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때입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습니다. 1인당 GDP만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지요. 그래도 막 도착했을 때는 여행자의 눈이라서 그런지 곧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거주자가 되고 보니 여러 시스템에서 많이 뒤처져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요. 저도 분명히 대한민국이 더 좋은 나라, 더 살기 좋은 나라일 것이라는 오기 같은 게 생겼지요. ‘그래도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서는 각박하지 않고 좀 더 사람 사는 세상이지 않을까. 이웃 간의 정이라든가 이런 게 우리나라가 더 두터운 것 아닌가’ 이런 근거 없는 자부심이 그것입니다.

어느 날 구독하던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습니다. ‘자살률이 증가해 한해 자살하는 사람이 10년 연속 3만명을 넘어섰다. OECD에서도 최상위권이다’. 눈이 번쩍 뜨였지요. 버블경제가 붕괴된 이후 일본 사회에 여러 문제가 생겼다고 하던데 분명 그런 문제점 중에 하나인 것 같았습니다. ‘역시 우리나라가 사회적 유대감은 더 깊은 게 맞군. 대한민국이 더 살기 좋은 나라임이 분명해’ 이런 생각이 들었지요.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현업에 복귀했습니다. 밀려드는 사건들을 처리하는 와중에 삶을 마감하신 분들에 대해 검시를 하러 나가는 일도 해야 했지요.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살 사건이 이렇게 많다니. 우리나라 자살률도 만만치 않은 것 아냐?’ 곧바로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을 해봤지요.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일본의 자살률을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넘어선 정도가 아니라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근거 없는 애국심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지요.

또 하나 이상한 점은 명절을 앞두고 더 증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원인은 사회에서 뒤처진 사람일수록 명절에 더 큰 외로움을 느낀다는 점, 명절일수록 경제적인 실패가 유난히 더 크게 느껴진다는 점, 잘 안 만나던 가족이나 친지들을 만나게 되면 오히려 갈등이 더 커진다는 점 등으로 보였습니다.

최근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크 맨슨’이 우리나라 사회를 분석한 내용을 유튜브에 실었습니다. 그는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꼽으며 몇 가지 원인을 제시했는데요. 가파른 경제 성장의 시기에 강한 자만 살아남은 역사적 배경, 100점이 아니면 실패자로 취급받는 교육시스템, 지나친 사회적 압력·경쟁,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의 배신, 더 많이 희생할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유교 문화 등이 그것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지요.

최근에는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대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혼란한 정국 상황,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적 결핍까지 겹쳐 사회적 불안정성이 극에 달해 있습니다.

다음 주 긴 명절 연휴를 앞두고 있습니다. 최장 9일의 멈춤입니다. 예전에는 명절이 모처럼 가족 친지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살아온 얘기들을 하는 즐거운 날이었지요. 하지만 요즘에는 쉼과 휴식의 의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의 만남이 스트레스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명절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생긴 지 이미 오래지요.

마크 맨슨은 한국이 우울한 나라가 된 원인과 더불어 대책도 제시해 주었습니다. 바로 ‘회복력’입니다. 잘 듣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 옆 차가 찌그러지지 않게 스티로폼을 붙이고 다니는 것. 공감과 배려와 같은 공존의 가치들이지요.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따뜻한 떡국 한 그릇, 소소한 것으로 투닥거리는 가족과의 일상, 피곤한 몸을 누일 조그마한 방 한 칸 같은 것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누는 따뜻한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