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피고인 상고 모두 기각
2·3차 기소 사건 판단에 영향
수사당국 확인 피해액 536억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질러 1심에서 사기죄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크게 감형받은 ‘건축왕’ 남헌기(63)씨 형량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1부는 23일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씨 등 10명에게 각각 징역 7년, 집행유예,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이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무죄 부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의 성립, 불고불리 원칙, 공동정범, 추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남씨 등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665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536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2023년과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이날 열린 상고심은 세입자 191명에게서 받은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빼돌려 첫 번째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것이다.
1차 기소 사건 1심에서 남씨는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나머지 일당은 각각 징역 4~1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남씨의 사기 혐의 액수 가운데 68억원만 인정하고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도 무죄로 판단해 남씨에게 징역 7년을, 나머지 피고인에게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남씨는 대출금과 전세보증금 수입에만 의존해 대출 이자, 직원 급여, 보증금 등을 돌려막기 하던 중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처지가 됐는데, 그가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2022년 1월 이후에 받은 보증금만 범죄 수익으로 본 것이다. 공범 9명에 대해서도 같은 해 5월27일에야 남씨의 재정 상태를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이 시점 이후 보증금을 받은 사례만 유죄로 인정했다. 일부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에 대해선 직접적인 임대차 계약 권한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형량을 크게 감형한 항소심 재판을 확정하면서 2·3차로 기소된 사건 역시 이 같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씨 일당이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전세를 주고 빼돌린 보증금은 현재까지 수사당국에 의해 확인된 것만 약 536억원(665가구)에 달한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피해 규모를 이보다 많은 2천753가구, 보증금 금액으로는 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2023년에는 남씨 일당에게서 전세사기를 당한 20·30대 청년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