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는 모습. 2024.12.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는 모습. 2024.12.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무안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 사고 항공기 양쪽 엔진에서 가창오리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또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도 공항 내 감시 카메라(CCTV) 영상에서 확인됐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지난 25일 무안공항에서 이번 참사 초기 현장조사를 마치고 유가족을 대상으로 사고조사 진행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사조위는 엔진 조사 중 양쪽 엔진에서 깃털과 혈흔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를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 의뢰해 유전자 분석을 진행한 결과 ‘가창오리’ 깃털과 혈흔으로 파악됐다. 가창오리는 떼로 날아다니는 군집성이 강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사조위 측은 “다만 현재 발견된 시료로는 조류 개체수나 다른 종류의 조류 포함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조위는 엔진상태 확인과 추가 시료 채취를 위해 엔진분해검사를 위한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사조위는 또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도 무안공항 내 감시 카메라(CCTV) 영상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불꽃이나 연기가 보이지는 않으나, 기체가 다수의 조류와 부딪힌 것으로 파악된다고 사조위는 설명했다.

사조위는 이 같은 조사 내용을 ‘예비보고서(Preliminary Report)’ 형식으로 정리해 사조위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항공기를 설계·제작한 미국, 엔진을 제작한 프랑스 등 관계국에도 송부할 예정이다. 이는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 13권에 명시된 절차다. 예비보고서는 조사 초기 확보한 사실 정보(항공기 정보, 인적·물적 피해 현황, 현장에서 확인된 정보 등)을 신속히 ICAO 등에 전파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번 참사는 사고기가 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사조위는 “보다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한 로컬라이져 둔덕과 조류 영향에 대한 부분은 별도 용역을 통해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는 모습. 2024.12.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는 모습. 2024.12.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사조위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등과 합동으로 사고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조위는 잔해 정밀 조사, 블랙박스 분석, 비행기록문서 확인, 증인 인터뷰 등 항공기 운항 전반에 대해 지속해 분석을 수행할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긴급한 안전 조치가 필요한 경우 즉시 항공사 등에 안전권고를 발행할 방침이다. 그동안 현장에서 긴박하게 초동조치 및 조사에 임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운항·정비 등 각 그룹별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세부 사항을 분석해 조사할 예정이다. 사조위는 사고기 동체, 날개 등 잔해물을 사고현장에서 무안공항 격납고 등으로 분산 이동했고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잔해는 김포공항 인근에 있는 사조위 시험분석센터로 옮겼다. 필요시 김포공항과 무안공항을 오가며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조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유가족에게 사고조사 진행 상황을 가장 먼저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모든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조위는 비행자료기록장치(FDR)과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및 관제교신 기록을 시간대별로 동기화 해 로컬라이저 둔덕 충돌 전 후 상황을 정리해 공개했다. 정리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충돌 전후 상황 정리
무안 제주항공 참사 충돌 전후 상황 정리

① 08:54:43(시:분:초) : 항공기는 무안관제탑과 착륙 접근을 위한 최초 교신

→ 관제탑은 활주로 01로 착륙 허가

② 08:57:50 : 관제탑은 항공기에게 조류 활동 주의 정보 발부

③ 08:58:11 : 조종사들은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고 대화

④ 08:58:50 : FDR 및 CVR 기록 동시 중단

* (기록중단 당시) 속도 : 161kts(노트) / 고도 498ft(피트)

⑤ 08:58:56(CVR 기록으로 계산한 시간) : 항공기 복행 중 조종사는 관제탑에 조류충돌로 인한 비상선언(‘Mayday’) 실시

* (당시 정시기상관측정보) 바람 110° 방향에서 2kts / 시정 9,000m / 구름은 4,500ft에 구름이 조금 있는 상태 / 온도 2℃ / 해면기압 1028(hPa), 특별한 기상 변화 없음

⑥ 약 4분간 : 활주로 좌측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활주로 19로 착륙하기 위해 우측으로 선회 후 활주로에 정대하여 접근 →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 후 활주

⑦ 09:02:57 : 활주로를 초과하여 방위각 시설물과 충돌

※ 최종 사고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내용 및 시간은 일부 수정될수 있음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