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경쟁하며 지자체 행정력·예산 소모
“국고만 2천억원, 체육회가 결정 무리”…
유인촌장관도 부정적 견해 내면서 ‘스톱’
“정부·체육회 방침 정해서 절차 나서야”
신임 대한체육회장 취임을 계기로 국제빙상장 대체지 선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2024년 8월30일자 2면 보도=국제빙상장 공모 ‘잠정연기’… 지자체 “행정낭비” 빈축)
유치경쟁 과정에서 지자체들의 행정력과 예산이 기약 없이 소모되지 않도록 그간 이견을 보여온 정부와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가 이 문제부터 시급히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체육회는 태릉과 강릉 등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따라 2023년 말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을 대체할 신규 빙상장 건립 공모에 나섰다. 이 공모에는 김포·양주·동두천시 등 수도권에서만 4곳, 여기에 강원 춘천·원주·철원까지 전국 7개 지자체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대체지는 애초 지난해 6월 중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체육회는 7월 파리올림픽 등을 이유로 실사를 미루다가 같은 해 8월 이사회를 열어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부지 공모 연기’ 안건을 의결했다. 당시 체육회 측은 “체육문화단지 조성을 위한 태릉선수촌 종합정비계획, 유산영향평가 등의 용역이 완료할 때까지 부지 공모를 잠정적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고 2천억원이 들어가는 결정을 국가대표 훈련장이라는 이유로 체육회가 결정하는 건 무리라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 같다”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지자체들은 행정력과 예산을 계속해서 소모하며 정부와 체육회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올해 상반기 분양 예정인 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 구역에 빙상장을 유치하려던 김포시가 특히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김포시는 김포·인천국제공항 접근성과 수도권 제1·2순환고속도로 및 올림픽대로·강변북로 연결, 서울 전철 2·5·9호선 추진 등을 앞세워 태릉보다 1.5배 많은 4천246석 규모 빙상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김포시 관계자는 “국제빙상장 대체지 선정을 놓고 정부와 체육회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건 기정사실이었고 지자체들은 그저 바라만 보는 처지였다”며 “신임 체육회장이 취임하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빙상장 현안부터 매듭지어 달라”고 건의했다.
경기북부 한 지자체 관계자 또한 “경쟁이 과열됐을 무렵 공모가 연기되면서 지자체마다 행정력이 낭비되고 정책에 대한 불신이 따랐다”며 “정부와 체육회가 속히 방침을 확정해 절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오연근·최재훈·김연태기자 oy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