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제본 등 과정 복잡… 시간·비용서 소모 커
경기도 무료대여 3곳… 전문인력 시설당 1명뿐
#1. 시각장애인 대학생 A씨는 학업에 필요한 법률 서적을 점자로 제작하기 위해 충남 지역의 한 도서관에 무료 제작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도서관은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제작이 어렵다며 경기 지역의 도서관으로 의뢰를 넘겼다. 하지만 경기 지역 도서관 역시 점자 도서 인력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A씨는 다른 도서관에서 유로로 제작을 의뢰했다.
#2. 시각장애인 B씨는 2년 전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에 11권 분량의 소설 ‘삼국지’를 점자 도서로 제작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요청한 지 2년이 지나서야 수천장 분량의 책을 점자 도서로 받아볼 수 있었다. 도서관 관계자는 “직원들이 다른 일을 병행하며 점자 도서를 제작하다 보니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내 시각장애인이 점자 도서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 지원을 받아 점자 도서를 무료로 제작·대여해주는 점자출판시설의 인력이 부족해서인데, 시각장애인의 독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인력 확충 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시각장애인은 학습 목적 독서의 경우 음성도서보다 직접 손으로 읽으며 꼼꼼하게 볼 수 있는 점자 도서를 선호한다. 하지만, 점자 도서는 음성도서보다 제작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든다. 점자 번역·교정·인쇄·제본 등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몇몇 점자출판시설은 시각장애인이 요청 시 일반도서를 점자 도서로 제작해 무료로 대여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점자출판시설에 인력이 부족해 점자 도서 제작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현재 도내에서 점자 도서를 무료로 제작·대여해 주는 곳은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 경기북부시각장애인도서관, 성남 한마음점자도서관 등 총 3곳이다. 이곳 모두 점자 도서를 제작하는 인력은 3명이 전부다. 특히, 전문인력인 점역교정사는 시설당 1명뿐이다.
시설 관계자들은 예산이 한정돼 있어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도내 한 점자출판시설 관계자는 “전문인력인 점역교정사가 점자 도서 제작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며 “인력 충원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없어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의 독서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자체의 지원을 통해 점자 도서 제작 인력을 확충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정태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장은 “다양하고 많은 점자 도서를 제작·보유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더 많은 점자 도서를 제작·배포할 수 있도록 예산이 확충돼 전문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