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기간 경찰 신고 30% 이상 증가

“민감한 이슈… 남녀·세대 지향 달라”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후 수원역에서 귀성객들이 고향가는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5.1.2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후 수원역에서 귀성객들이 고향가는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5.1.2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6일 이상의 긴 설명절이 본격화되면서 ‘정치 얘기’ 단속 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는 등 정국 혼란이 극에 달하며 대규모 가족,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손쉽게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가시화되고 있는 조기대선으로 여야, 진보·보수 등 정치 논쟁이 가족 간 각종 대립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이성규(29)씨는 “평소에도 아버지와 정치 얘기를 하다 언성이 높아진 적이 종종 있었다”며 “이번 명절에는 다툼을 피하기 위해 밥 먹을 때 뉴스를 보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8년 차 소방관인 백경(필명) 작가도 최근 ‘당신이 더 귀하다’라는 책을 펴내며 명절 동안 정치 얘기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족끼리 정치 얘기는 안 하셨으면 한다. 저희(소방)에게 신고가 들어올 정도면 말싸움으로 끝나지 않고 주먹다짐에 심하면 칼부림까지 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경찰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가정폭력 등으로 들어오는 신고는 명절기간이 일 평균 대비 3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500m 거리를 두고 진보성향 시민단체(왼쪽)과 보수단체의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2025.1.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500m 거리를 두고 진보성향 시민단체(왼쪽)과 보수단체의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2025.1.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특히 현재 격화되고 있는 탄핵 정국과 여야 대치로 정치 얘기를 통한 가족 간 다툼이 쉽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20~22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1월 넷째 주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38%, 민주당이 36%로 팽팽했다.

해당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탄핵 인용해 파면해야 한다’는 57%,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가 38%로 나타났다. 여전히 탄핵 인용 여론이 높지만, 연령대별로 비율은 조금씩 달라지는 상황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명절에 결혼, 취업 등에 대한 입단속을 했다면 요즘은 정치 주제를 경계해야 한다. 특히 현재 눈앞에 처한 대통령 탄핵은 가족 간에 굉장히 민감한 이슈”라며 “2030세대 안에서도 남녀별로 정치지향성이 다르고, 각 나이대별로 워낙 복잡하게 생각과 입장이 나뉘어 있어서 쉽게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건·김태강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