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설계 때 공간 보장하는 규정 없어
조경·자전거 주차장 차지… 새로운 대안을
화재 등 위급 상황 시 건물 밖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 시설인 ‘에어매트(공기안전매트)’가 상당수 아파트에선 설치조차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앞뒤로 설치된 조경시설 때문인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28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소방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구역마다 에어매트를 1개 이상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에어매트의 규격은 소방시설법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구조하고자 하는 높이가 15m(약 5층) 이하인 경우 가로 3.5m·세로 3.5m·높이 1.7m 이상이어야 한다.
지난해 8월 부천지역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사용한 에어매트의 규격은 10층 높이 구조용으로 가로 7.5m·세로 4.5m·높이 3m로 파악됐다.
이처럼 에어매트를 설치하기 위해선 공간 확보가 필요하지만, 도내 대부분 아파트는 앞뒤로 나무 등 조경시설이 조성돼 있어 사실상 공간 확보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성남과 용인, 화성 동탄신도시 등지에 있는 아파트 10곳을 확인한 결과 아파트 동마다 자전거 주차장이 설치돼 있는가 하면 조경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 에어매트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문제는 관련법 상 아파트 설계 시 에어매트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급 상황 시 탈출이 쉽도록 아파트 앞뒤로 에어매트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수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지침이나 조례에 아파트 설계 당시 에어매트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홍보·계도 등을 통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는 에어매트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미 지어진 아파트는 화단을 재정비하고 소방차 주차구역 표시처럼 에어매트 설치 구역 표시를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가 지상에 주차장보다 공원화 사업을 많이 진행해 에어매트를 전개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아파트 주민들이 조경 같은 부분도 중요시하기 때문에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