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위협 받는다면 공정한 판단 어려워져

‘소외계층의 결합’ 사회적 안전망 점검할 때

편향된 사람은 편향된 채널 봐… 믿음 재확인

거짓뉴스 전하는 유튜버에 법적 제재 필요

“다른 정치성향 가진 이들과 건전한 토론을”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19일 오전 서부지법 후문 인근에서 경찰이 시위 중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해산시키려고 하자 지지자들이 이를 막고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19일 오전 서부지법 후문 인근에서 경찰이 시위 중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해산시키려고 하자 지지자들이 이를 막고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침묵하는 다수 역시 의견이 있다. 올바른 토론의 장이 필요한 시점.

임명호 교수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행위죠.”

지난 19일 발생한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두고 학자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의 구속에 반발해 법원을 침입한 것은 법치주의의 핵심기관인 법원을 무법지대로 전락케 한 것이라고도 해석했다.

이 사태의 중심에는 ‘정치 유튜브’가 있었다. 법원 난동을 주도한 이들 중 다수는 정치 유튜버였다. 이들은 현장을 생중계하며 같은 정치 성향을 띤 이들을 결집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이 바라본 ‘유튜브의 나라 한국’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현 사태에 대한 진단이나 구체적인 해법은 달랐지만 이들은 적절한 대처가 없으면 한국 민주주의 성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난동과 같은 위협적인 행동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할수 있다고도 했다.

최봉경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일련의 사태를 보면 법치주의 근간인 사법권 독립, 민주주의의 바탕이 되는 선거제도 등 여러 사회 제도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를 비롯해 음모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현 사태의 출발점은 일부 유튜버일 수 있다고도 짚었다.

그는 민감한 정치 사건을 다루는 법조인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법부 판단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시비를 가리는 마지막 보루와 같은데, 법조인이 당장 본인 안전부터 보장받지 못하면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 법원 난동 사태에 대해 “일부 세력에 의해 국가 권력을 무력화하는 방식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원치 않는다고 해서 공적 권위를 부정해선 안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가 대화나 타협이 아닌 폭력적인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는데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임 교수는 “유튜브나 선전 선동, 거짓뉴스 등이 판치고 있어 이성적인 판단보다 주변 여론에 휩쓸리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폭력과 폭력으로 비화된 행동으로 사안을 읽어낸다면 본질적인 문제가 가려질 수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이번 사태 이면에 사회 불평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짚어내기도 했다. 그는 “최근 사건을 보면 소외계층이 결합하는 경향을 볼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한 비난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제도와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 민생을 잘 헤아리고 고민할 때 민주주의가 성숙할 수 있다”고 했다.

심리학자들은 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인지부조화 현상을 지목했다. 인지부조화는 이성적인 판단과 별개로 감정적으로 편한 곳을 택하는 심리 이론이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편향된 사람들이 편향된 채널을 찾아가게 된다”며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과 같이 이야기해주는 채널을 찾는건데,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토론하기 위한 게 아니라 믿음을 한번 더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19일 오전 경찰이 서부지법 후문에 현판이 쓰러져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19일 오전 경찰이 서부지법 후문에 현판이 쓰러져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임 교수는 유튜브가 존재하는 한 인지부조화를 겪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양한 정치 성향의 유튜버가 생겨나고 있는 점, 그 채널과 연계해 활동하고 동조하는 집단이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 세 교수는 모두 일련의 상황을 풀어가기 위한 저마다의 해법을 내놨다. 최 교수는 거짓 뉴스를 전하는 유튜버에 대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제적인 이윤을 목적으로 한 극단적인 성향의 정치 유튜버가 늘어날 수록 법원 난동과 같은 사태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채널을 차단해서 선량한 국민과 분리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 이런 채널에 대한 법적 처벌도 있어야한다”고 했다. 가짜뉴스와 선동에 의해 편파적인 성향을 띠게 된 이들에 대해서는 “평소 교육을 통해 일방적인 지식 주입을 막을 수 있도록 면역력을 키워야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임운택 교수와 임명호 교수는 정치 관련 이야기를 꺼리고 편파적인 성향을 띤 이들이 늘어나는 데 대한 해법으로 ‘대화’를 꼽았다. 편파적인 정치 성향을 띤 이들을 소통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운택 교수는 “정치 관련한 이야기를 꺼리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대화를 피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며 “물질적인 지위, 풍요도, 사회적인 안전망 여부, 미래에 대한 비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일종의 정치 성향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가급적이면 가벼운 형태라도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이와 건전한 토론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한다”고 말했다.

임명호 교수도 “침묵하는 다수 역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제3의 중재자가 될 수 있는 이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올바른 토론의 장이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