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4년만에 21%↓… 유치원도 감소세

장기요양기관은 같은 기간 1천개소 이상 증가

 

어린이집·유치원→ 장기요양기관 전환하기도

(왼쪽부터) 수원 시내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원시 장안공원에서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인일보DB
(왼쪽부터) 수원 시내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원시 장안공원에서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인일보DB

저출산·고령화 현상의 영향이 돌봄시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1명이 되지 않는 합계출산율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폐원으로 이어졌고, 늘어나는 고령인구는 장기요양시설의 폭발적인 증가로 도달했다.

부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박모 원장은 저출산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오랜시간 함께 운영되던 어린이집들이 하나 둘 폐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저출산. 어린이집을 찾아오는 아이들이 사라지며 운영난을 겪다 버티지 못하고 결국 어린이집의 문을 닫는 것이다.

박 원장은 “얼마 전 20년 동안 어린이집 운영하던 원장님이 운영난 때문에 내년부터는 어린이집을 닫겠다고 했다”며 “원생이 어린이집 정원의 60~70%만 되더라도 인건비 등 운영비 지원금인 정부의 기관보육료를 보태면 유지하는 수준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정원의 60%를 넘기기도 힘들어 폐원을 고려하는 원장님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점차 떨어지는 합계출산율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숫자와 연동됐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도내 어린이집은 2019년 1만1천305개소였지만 지난해 8천903개소로 4년만에 약 21% 감소했다. 시설 감소세는 유치원도 마찬가지였다. 도내 유치원은 2019년 2천237개소에서 2023년 2천148개소로 줄었다.

어린이집에 원아모집 현수막이 붙어있다.  /경인일보DB
어린이집에 원아모집 현수막이 붙어있다. /경인일보DB

이같은 현상을 보육계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봤다.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잇단 폐원은 근본적으로 저출산으로 인한 것”이라며 “보육교사의 인건비를 국가에서 주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늘어나고 살아남지만, 지원이 제한되는 가정·민간어린이집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 내 장기요양기관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에 따르면 2019년 5천900개소였던 도내 장기요양기관은 4년만에 1천개소 이상 증가해 2023년 6천917개소에 달했다. 고령층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가 어린이집·유치원을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하는 사례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제출 바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지난 10년간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한 곳이 283개소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중 52개소는 경기도에서 전환됐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 하면서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자연적으로 늘어나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1년 마다 1천개소 가량의 시설이 늘어나고 있다”며 “어린이집·유치원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하는 경우는 있지만 큰 자본이 필요해 사회적 현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